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선유구곡 화양구곡

설리숲 2018. 2. 2. 21:24


 

속리산 깊은 계곡에 숨은 비경.

선유구곡은 이황, 화양구곡은 송시열이 이름 지었다.

화양구곡은 중국 주자(朱子)의 무이구곡(武夷九曲)을 본떠 만든 것으로 명나라에 대한 송시열의 사대주의로 점철 되어 있다. '화양(華陽)은 즉, 중국 문화의 빛이라는 의미로 화양동을 '작은 명나라'로 인식하고 그렇게 만들 심산이었다고 한다.

신선이 노닌다는 선유동은 전국 팔도 경치 깨나 좋다는 명승지면 붙은 이름이다.

 

화양이나 선유나 전체적으로 보면 명승지로 손색없으나 구곡, 즉 아홉 개의 절승은 뭐 그저 그렇다.

그러나 어쨌든 속리산의 비경이라 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숨은 비경으로 둬 두면 좋을 것을 사람들 와서 구경하라고 계곡을 따라 인도를 만들었다. 더 이상 숨은 비경, 祕境이 아니게 되었다. 인간의 경박한 소견머리는 어느 것 하나 원래대로 놔두지 않는다.
















 

한파의 절정이다. 물이란 물은 죄다 얼어붙었다. 한파 덕에 계곡을 찾는 이 없어 한적하고 쓸쓸한 정경이다.

 

암서재가 건너다보이는 휴게소 앞 벤치에 앉아 카누 커피를 마시는데 휴게소에서 백영규의 노래 <슬픈 계절에 만나요>가 흘러나온다.

낙엽 지는 쓸쓸한 가을에 듣는 소녀 취향의 노래다. 고등학교 1학년 가을에 크게 히트했다. 외모도 결핵이나 백혈병을 앓는 순정만화 주인공에다가 노래 특성 또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감성적인 백영규의 특성이 가장 잘 표현된 대표곡이다.

 

가을 노래지만 적막하고 쓸쓸한 겨울계곡에 앉아 듣노라니 가을보다 훨씬 더 감성을 끌어낸다.

이제 겨울도 절정을 넘어 사라지겠지. 이 풍경을 볼 겨울이 내 앞에 얼마나 남아 있을까. 시시각각 봄날은 다가오고 세월은 자꾸만 뒷걸음질 친다. 낙엽이 사라지는 때만이 아니라 하얀 겨울이 엷어지는 때도 아쉬움과 조바심이 솟는 것이다. 꽃잎 흩날리는 철에도 그럴 테고.







백영규 작사 작곡 노래 : 슬픈 계절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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