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처럼 순수하고 낭만적인 순애보를 그린 소설이다.
프랑스 작가 알퐁스 드 라마르틴은 자연예찬론자이다. 찬미를 넘어 숭배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다. 소설 <호반의 연인>에는 시종일관 자연을 묘사하는 구절로 이어지는데 낙엽 떨어지는 것 하나라도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작품의 서두에서 노골적으로 자신이 자연찬미의 신봉자임을 드러낸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작품 내에서 작가는 장자크 루소를 선망하여 많은 부분을 루소의 이야기로 채우고 있다. 루소의 사랑과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동질화시키려는 의도도 있지만 결국은 이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경건한 숭배가 그 기저다.
<호반의 연인>의 내용은 별스럽지 않다. 지극히 단순하고 평이하다. 어느 호수 인근의 요양소에서 만난 병약한 여인과 뜨거운 사랑을 하는데 그 여인은 머지않아 죽게 된다는,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단순한 스토리가 독자를 흡입하는 건 그야말로 지고지순한 순백의 사랑이라는 것이다. 사랑하면서 키스 등의 가벼운 스킨십조차도 불경스러워하는, 말 그대로 ‘소설 같은’ 이야기다. 그 순수한 사랑의 열정에다 앞에서 얘기한 아름다운 자연의 묘사를 유효적절하게 가미하여 독특하고 세련된 작풍을 만들어냈다.
기실 작가는 소설에서는 주리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샤를 부인과의 사랑의 기억을 바탕으로 ‘호수’라는 시를 써서 크게 히트한 전력이 있거니와 사랑과 자연을 찬미하는 낭만파 시인의 대표적인 작가다. <호반의 연인>은 그것을 소설로 윤색한 것이다. 이듬해 샤를 부인은 사망한다.
소설의 스토리와 분위기는 황순원의 <소나기>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섞어 놓은 듯하지만 본질은 엄연히 다르다. 앞의 두 작품의 주제는 사랑의 허무함, 덧없음이지만 <호반의 연인>은 사랑의 환희와 열락이다. 사랑과 자연을 찬미하며 서술해 나가는 필력이 매력적이다. 그러면서 그의 인생관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 등 통찰과 사색을 동반한 철학서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는 ‘호수’라는 배경이 같은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과 비교하는 게 더 적합하겠다. 소로우는 호수에서 보다 높은 형이상학적 철학을 지향했고 라마르틴은 순백의 사랑을 했다는 것이 다르기는 하지만 둘 모두 지고한 자연숭배자임은 한데로 연결되어 있다.
그들의 인생행보도 비슷하다. 소로우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평생을 시티즌운동에 몸담았다. 그 유명한 <시민 불복종>을 썼다. 읽어 보진 않았다. 언젠가 꼭 한번 읽고야 말리라는 책의 목록중 하나다.
라마르틴은 자신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여 합리주의를 표방하는 정치를 꾀하였다. 프랑스 야당의원을 지냈고 혁명 때는 임시정부의 수반이 되었으며 보통선거를 이끌어냈다.
고귀한 사랑. 지상 최고의 진리가 사랑이라는 것을 믿는 사람들은 라마르틴의 소설을 읽으면 보다 더 확연히 그것의 진면목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