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찜질방 수면실

설리숲 2018. 1. 27. 21:04


 찜질방.

 하고도 수면실... 이슥한 밤.

 먼저 자리를 잡고 누워 있는데 하나 둘 사람들 들어와 여기저기 눕고, 잠들고, 숨소리.

시간이 좀 흘렀는데 저만치 한쪽의 누군가가 요란하게 코를 고는데 소리가 대단했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불편하겠지만 나는 잠을 자는 데는 둔감한 사람이라 개념치 않는다. 더군다나 나 역시 심하게 코를 고는 사람이니 타인을 탓할 입장도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 사람은 좀 정도가 심했다. 여기저기서 잠을 깨 뒤척이는 소리도 나고 불평하는 소리도 나고. 그렇지만 코골이는 고의로 할 수 없는, 본인도 어쩌지 못하는 증상이라 탓할 수도 없으니 불편한대로 견디겠다는 생각이었는지 다들 묵묵했다.

 

 그렇게 한 10분 쯤 지났을까. 내 왼편의 어둠 속에서 폭발한 사람이 있었다. 내내 불평스럽게 투덜대던 사람이었는데 목소리로 짐작하여 60대 정도인 듯 했다.

 “어이! 먼놈의 코를 그렇게 골아요? 잠을 못 자겠네.”

 그러나 당사자가 알 리 없고 탱크소리는 계속 되고. 조금 있다가,

 “아저씨! 너무 시끄럽네 쫌~~”

 역시 효과 없음.

 “아이씨 승질나네~ 여보!”

 제법 언성을 높여 코골이를 깨웠지만 정작 잠든 사람은 알지 못하고.

 코고는 소리 보다 야단치는 60대의 소리가 더 듣기 불편해 여기저기서 불평의 한숨들이 들려왔다.

드디어 60대가 그쪽으로 가서는 흔들어 깨웠다.

 “형씨! 몸을 좀 모로 뉘어서 잡시다. 아 환장하겠어요

 코고는 소리가 일순 멈추고 그가 깨어난 듯 했다.

 “어이! 여기 다른 사람들 많은데 그렇게 코를 골아대면어떡해요. 좀 신경 좀 씁시다

 깨어난 사람이 좀 황당했는지 불분명한 발음으로 중얼거렸다.

 “코고는 걸 어떡해요? 제가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목소리로는 젊은 20대거나 아니면 더 어린 학생인 듯 했다.

 20대가 이렇게 불평하자 60대가 좀 화가 났는지 언성이 높아졌다.

 “여긴 공중장소야. 다른 사람들 불편한 걸 생각해 줘야지. 나만 아니면 된다는 건가? 자기가 코를 곤다는 걸 알면 이런데 오지 말아야지. 집에서 자지 찜질방엔 왜 와

 자다가 졸지에 당한 봉변에 20대는 주섬주섬 일어나 나가 버리고 수면실엔 평화가 찾아왔다.

 

 

 다시 조용해진 수면실.

 몇 사람이 더 들어오기도 하고 나가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잠자는 숨소리. 요란하지 않는 코골이소리. 나는 잠들 수가 없었다. 나 역시 잠들면 코고는 분야에서는 한 일가를 이룬 사람이라 민폐를 끼칠 게 뻔했다. 아까의 그 20대 경우를 당할 것이다.

 그러고 있는데 어둠 속에서 아까의 탱크소리만큼 요란한 코골이소리가 들렸다. 바로 그 60대의 소행이다. 다시 평화가 깨졌다. 아까의 스토리가 반복재생되어 흘러갔다.

 참다 참다 이번에 다른 어떤 사람이 그쪽으로 기어가서 60대를 깨웠다. 소리가 멎었다.

 두런두런 대화소리.

 그러더니 60대가 언성을 높였다.

 “내가 일부러 코를 골아요? 다른 사람들 다 가만히 있는데... 형씨만 불편한 거 아니잖아. 여긴 찜질방이야. 공중장소라고요. 이런거까지 신경 쓸거면 집에서 자지 찜질방엔 왜 와요

 

 

 

 세상은 내가 지배한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살자. 휘둘리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편견을 버리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 소신대로 당당하게 걸어가라.

 그 노인네는 자신 위주로 살라는 걸로 잘못 이해한 것 같다.

 

 찜질방에서 잘 때가 가끔 있는데 공중장소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데니까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있기 마련이다. 당연히 불편한 일도 생기고 의도치 않게 내가 불편을 끼칠 수도 있다. 그러려니 하면 좋을 것을 꼭 지적을 하고 트집을 잡으려는 사람이 간혹 있다. 그런 사람 싫다. 그럴 거면 집에서 자지 찜질방엔 왜 오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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