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원은 한국의 톱클래스 배우다.
그런데 대표작이 없다. 박상원 하면 바로 떠오르는 작품이 없다. 흥행작에 많이 출연했는데도.
방송3사의 최고 히트작에 모두 출연했다. SBS의 <모래시계> MBC의 <여명의 눈동자> KBS의 <첫사랑> 등이다.
주연인데도 불구하고 모래시계에서는 최민수와 고현정이, 여명의 눈동자에서는 최재성과 채시라가, 첫사랑에서는 최수종과 이승연이 떠오르지 박상원은 주변인물 같이 여겨진다. 흠 최 씨가 아니라 박 씨여서일지도 모른다.
그의 마스크가 강렬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잘생긴 훈남이지만 시청자의 인상에 강하게 어필하지 못하는 맘좋은 교회오빠 같은 외모 때문이라고 평해 본다.
1996년의 <첫사랑>에서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여고생 이승연이 친오빠처럼 따르는 박상원은 자유인이다. 그의 애마 왜건을 타고 늘 어디론가 떠돌아다니는 방랑자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돌아와 이승연에게 그가 보고 겪은 세상사를 이야기해 준다. 그의 자유로움과 그가 들려주는 세상에 이승연은 무한한 동경을 품는다.
그의 왜건 자동차에서 굵직한 남저음 음성의 노래가 나온다. 리 마빈이 부르는 <떠도는 별, Wandering Star>이다. 이승연이 감탄하자 박상원이 짤막하게 노래를 설명해준다.
드라마 속에서의 박상원 캐릭터에 들어맞는 노래다. 내가 늘 꿈꾸고 동경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때 이 노래가 강렬하게 가슴에 들어왔었다. 나도 록스타라는 중고 왜건 자동차를 구입해서 한동안 전국을 돌아다닌 전력이 있다.
1970년 영화 <Paint Your Wagon>에 나왔던 노래다. 박상원의 왜건 자동차 설정도 아마 이 영화에서 차용한 듯하다.
이 드라마 이 장면이 내가 아는 박상원의 전부인 것이다.
나는 여전히 베가본드가 되고 싶다. 떠도는 별, Wandering Star.
리 마빈 : Wandering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