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혼자만의 겨울

설리숲 2017. 12. 24. 23:11


 지금은 거의 쓰지 않지만 망년회라고 했다. 망년(忘年). 지나간 해를 잊자는 의미다. 부정적인 뉘앙스의 단어다.

요즘은 송년회는 해를 보낸다는 뜻이다.

 내 젊은 시절에는 망년회는 12월 마지막날 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날은 나이트에서 소위 올나이트를 하며 한 해를 마감했다. 그래서 보통 12월 초에 망년회를 하자 하면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망년회는 마지막 날 하는 건데.

 내 기억에 20대의 1231일은 나이트클럽에서 보낸 걸로만 저장되어 있다. 망년 하다가 망가지고 망해 버리는 그게 망년회였다. 돌아보면 정력이 넘치던 시절이었다.


 송년회. 

 단어 어감도 좋고 뜻도 덤덤해서 좋다. 그리고 마지막날 술에 취해 망가지지 않아서 좋다. 조용한 것에 천착하는 것은 결국은 나이를 먹었다는 것일 게다. 그렇더라도 이젠 송년회라는 모임 자체도 없었으면 좋겠다. 그냥 너는 너 나는 나 그렇게 지내는 게 최고다.





강수지 : 혼자만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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