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 있는 풀이라고 부초(浮草), 또는 부평초(浮萍草)다.
본명은 개구리밥이다. 개구리가 잘 먹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흔히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을 두고 ‘부초 같은 인생’이라는 표현을 쓴다. 개구리밥이라 하면 촌스러운 느낌이지만 부초 또는 부평초라 하면 지극히 문학적 철학적인 감상이 느껴진다. 그런 사람은 영혼이 자유롭고 낭만적인 사람 같다. 떠돌이 민족인 집시에 대한 아련한 환상을 그릴 때도 있다.
부초가 떠 있는 풀은 맞지만 자유롭게 다닌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여름철 논에 가 보면 무수한 개구리밥이 떠 있는데 하도 빽빽해서 좀체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이다. 늘 그 자리에 잇다가 인생을 마치는 게 부평초다.
한수산은 내 고교 선배 동문이라는 이유로 정이 가서 자주 읽던 작가였다. 그의 장편 <부초>는 곡마단 이야기다. 기억나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그들의 삶의 애환을 그린 것이어서 제목을 ‘개구리밥’이라 했을 것이다.
지난 주말 인천 영흥도를 가다가 길가에 동춘서커스라 간판을 붙인 천막을 보았다. 대중의 관심은 없어도 꾸준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듯해서 괜스레 애잔한 감정이 들었다.
문득 저 사람들을 국가에서 인간문화재로 지정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단상을 했다. 가끔 동영상으로 접하는 북한이나 중국의 곡예단 공연을 보면 와, 탄성이 나오게 수준 높은 실력을 보여준다. 그들은 정책적으로 나라에서 지원을 하고 철저하게 관리를 함으로써 상상을 초월하는 기예를 갖추고 있다. 우리 동춘서커스단은 역사는 오래 되었지만 북한이나 중국 그들보다는 훨씬 기량이 떨어진다. 순전히 개인이 운영하는 팀이라 무엇 하나 열악하지 않은 게 없을 것이다. 시절은 변하여 우리 주위에는 훨씬 재미있는 것들 천지고 더 이상 서커스를 구경거리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없으니 실 같은 그 명맥도 곧 끊어지지 않겠는가.
그래서 정부가 우리 유일의 서커스단을 보존해 주면 어떨까 하는 사견이다. 전통문화만이 아니라 서커스도 하나의 우리 문화일지니 동춘이 명맥을 지속했으면 좋겠다는. 이 땅에 서커스란 문화 자체가 사라질 거라 생각하니 많이 애틋한 것이다.
비온 뒤 땅이 굳는다는 속담은 오류다. 비가 오면 땅이 물러진다.
그렇듯 부초가 자유롭게 떠돌아다닌다는 관형적인 표현도 오류다. 부초는 움직이지 못하고 늘 그 자리에 있다.
박윤경 : 부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