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59년 왕십리

설리숲 2017. 12. 12. 21:52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저 새야

울려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데.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김소월 <往十里>

 

 

 

 

 

간밤에 비가 내려 왕십리 거리가 젖었다. 깔축없이 겨울이라 그늘진 곳에는 살얼음이 잡혀 있다.

괴산으로 오니 서울이 가까워 무시로 드나들 수 있어 좋다. 주말 약속이 없거나 딱히 여행할 곳을 정하지 못하면 그저 마실 가듯 서울을 간다.

냉랭한 겨울의 공기가 피부에 닿는 느낌이 그런대로 좋다. 춥지만 추운대로의 겨울 특유의 매력이 있다.

 

무학 스님의 왕십리부터 궁에 채소를 납품하던 채마밭의 왕십리, 철공소의 왕십리, 그리고 곱창의 왕십리, 지금은 뉴타운이 들어서 최고급 아파트가 즐비한 최첨단의 도시. 그러면서도 구석구석 기억을 붙잡는 철공소들. 시대에 따라 그 시절의 브랜드를 안고 흘러와 가난한 서민들의 마음의 고향 같은 정서를 주던 곳.

일제시대 이 일대는 마치코바라 불리던 철공소의 천국이었다.

노래 <59년 왕십리>는 무작정 상경한 시골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밤낮으로 쇠와 기계를 뚝딱거리던 왕십리 그 시절의 향수를 그린 노래다.

또한 이곳은 도축장들이 있던 마장동 인근이어서 곱창이 흔하던 곳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비싼 고기는 못 먹고 대신 줄창 먹어대던 값싼 곱창의 천국이었다.

 

 

 

 

 

 

 

 

 

 

이런 역사와 이야기를 들그서내며 걷는 거리는 문명이 가득 들어찬 현대식 거리도 자꾸만 옛 골목길처럼만 여겨진다. 서울서 난 것도 아니고 왕십리에서 한번도 살아본 적도 없지만, 그러므로 더욱 더 과장되게 엣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가로수의 으뜸은 플라타너스다. 이 나무를 오랜만에 본다.

 

 

 

 

 

 

 

 

이혜민 작사 작곡 김재희 노래 : 왕십리


 

  김재희의 노래가 원곡인 <왕십리>는 크게 히트하지 못했고, 59년생인 김흥국이 제목과 가사 일부를 고쳐 리메이크한 <59년 왕십리>가 크게 히트했다.

 얼마 전 김흥국이 하루 종일 인기검색어에 올라 있던 적이 있다. 무슨 정치적 희생이라도 당한 것처럼 언구럭이다. 걸핏하면 옳지 않은 사건으로 뉴스에 오르기 일쑤고 더구나 정치적으로도 골수 보수파이면서. 해병대 군복 입고 시위하는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사람. 이렇게 써 놓으면 혹 명예훼손으로 고소라도 당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10대가수김흥국이 부른 이 노래는 좋아하는 노래 중의 하나이긴 하다.

  59년이 아닌 2017년 초겨울, 아직 낙엽이 두터운 왕십리 거리를 걸으면서 이 거리가 10년 후엔 또 어떤 트렌드를 입을까 궁금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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