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우리에게 휴일을 선물하셨다. 더구나 사흘이라는 황금연휴다. 주님의 은혜에 감사를 드리면서도 몸은 팔공산 갓바위를 찾았다. 오 지져스!
절대자인 그 분은 하나인데(그래서 한국 기독교는 하느님이 아닌 하나님이라 부르지) 교주를 따르는 무리들이 서로 다른 종파를 만들며 수많은 종교가 되었다. 그 분은 오직 하나이니 크리스마스날에 석가여래를 보러 간다고 크게 죄를 짓는 건 아닐진저.
어차피 종교는 사람이 제 마음의 구원을 얻자고 만들어 낸 것일 뿐. 정말로 간절한 기원을 해서 바라던 바를 얻는다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것이 있을까. 말로는 갓바위 부처님이 영검하셔서 그 영험을 얻고자 일년 내내 인파가 몰려든다고 하는데.
대입수능시험을 치르는 모든 학부모가 다 그 앞에 엎드려 구복을 한다면 모든 수험생이 다 합격하고 낙방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중동지역의 스포츠 선수들이 경기 전 또는 경기 중 알라신에게 승리를 구하는 기도를 하곤 하는데 상대팀 선수들이 기도하는 대상도 역시 같은 알라신이다. 알라는 누구 기도를 들어줄까.
갓바위 여래좌상은 주차장에서부터 좋이 한 시간은 올라야 알현할 수 있다. 가도 가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이 지루하게 계단은 이어진다. 그 가파르기도 만만치 않아서 한파주의보가 내린 추운 날인데도 등에 땀이 배려 한다. 그나마 나는 씨억씨억 가볍게 올라가지만 나보다도 더 젊은 사람들도 숨을 고르며 가다 서다 힘겨워 한다.
공양물을 진 할머니들도 꾸역꾸역 간힘을 들이며 오른다. 저토록 치열하게 오르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신앙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렇지. 저 정도의 정성과 일심이 있어야 원하는 바 소원을 감히 간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그래서 불교의 유명 성지는 대개 오르기 힘든 험산 꼭대기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체투지의 용맹정진으로 구하지 못할 것이 있겠는가. 그 고통을 달게 받으며 애쓰는 중생을 석가가 모른 척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침 점심 공양 무렵이라 보살님들이 백설기를 한 덩이씩 탐방객들에게 보시해 준다. 출출한 참에 달게 먹었다. 아 휴일을 주신 주여. 먹을 것을 주신 석가모니여. 당신들의 세계에 감히 근접하진 못하지만 그 은혜는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관봉에서 내려다본 산줄기가 어쩐지 성스러운 느낌을 준다. 지리산 계룡산만큼이나 팔공산도 영험한 산이런가. 골골샅샅 사찰과 암자, 기도처가 무수히 산재해 있다.
내려올 때는 힘이 들지 않으니 제법 썰렁하다. 쉼 없이 밀고 올라오는 인파들. 부디 당신들 소원이 이루어지이다.
나는 늘 탁발제도를 없앤 것에 불만이다. 탁발이란 양식을 얻는 목적이 아니라 수모를 받으며 한 톨의 쌀을 얻는 통해 양식의 소중함을 인식함과 더불어 인욕과 고행의 수행을 하는 근본적인 행(行)인 것이다.
불교의 삼보(三寶)는 佛法僧이니 불과 법은 여지가 없으나 문제는 승이다. 중도 사람이니 늘 인간의 문제가 함께 공존하기 마련이다.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중이 말썽을 일으키고 잘날척하여 대중 위에 군림하려는 심보를 지니고 있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그러도록 유혹하는 마군이 끼이게 마련이다.
그러니 인욕고행을 함으로써 대중 앞에 자신을 한없이 낯추어야 정녕 삼보로서의 승(僧)일 것이다. 탁발은 가장 중요한 불가의 행이라는 내 사견이다.
탐방객들은 죄다 갓바위로만 올라가지 선본사 본당엔 인적이 드물다. 이곳도 천년의 역사를 가진 고찰이다.
팔공산을 벗어나 문경 쯤 이르렀을 때 긴급 재난 속보가 나왔다. 포항에 또 여진이 일어났다. 팔공산이면 지척인데 갓바위 부처님은 진동을 느꼈을지.
화재에 지진에 좋지 않은 성탄절이다. 그리도 수많은 대중이 안녕을 빌건만.
이영선 작사 서정하 작곡 김동아 노래 : 갓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