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 떨어진 기온. 긴 겨울이 시작되었다.
아침 내내 희부연하더니 학암포에 이르자 눈발이 날렸다. 얼마 만에 보는 눈인가. 정선을 떠난 후 첫 경험이다. 알버트 하몬드는 남부 캘리포니아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노래했는데, 진주를 비롯한 남부 경상도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그토록 웬수를 부리던 눈이 이렇게 반갑다.
하늘도 바다도 회색빛 일색이어서 날리는 눈발과 함께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학암포(鶴巖浦)는 옛 지명이 분점포(盆粘浦)로 질그릇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해안이어서 중국의 상인들이 무시로 드나들었으며 1940년대까지도 질그릇 가마터가 있었다고 한다. 반도 끝의 섬이 분점도이며 바로 옆에 소분점도가 있다.
분점도 정상에 학을 닮은 바위가 있다 하여 학암포라 했다는데 거기까지 가긴 했어도 확인해 보진 않았다.
흑백의 수묵화 같은 풍광.
모래해수욕장, 그리고 포구.
태안반도 끝자락.
이런 데로 행락을 즐기러 올까 하게 외지고 먼 바다.
학암포.
내내 흑백이던 풍경이 구름이 걷히자 새파란 에메랄드 빛 바다가 되었다. 그 풍경을 뒤로 하고 다시 먼 길을 떠났다. 이곳 답사여행을 한 번 더 가기로 한다.
흑산도 아가씨, 낭주골 처녀 등 우리나라 가요엔 이런 비슷비슷한 신파조의 노래가 엄청 많다. 또 떠나간 남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여심들의 애달픈(?) 순애보적인 노랫말도 다 거기서 거기다. 제목에 특정 지명만 붙이면 된다. 삼천포아가씨, 소양강처녀, 하동포구아가씨...
이병수 작사 심형섭 작곡 강혜란 노래 : 학암포 아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