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유년의 대뜰

제비

설리숲 2017. 3. 30. 17:51

 

 구월 초아흐레 중굿날에 갔다가 삼월 초사흘 삼짇날에 온다는 제비. 같은 여름철새인 뻐꾸기나 꾀꼬리들보다 한 달 정도 빨리 온다. 그래서 알도 두 번 낳는다. 두 번째의 새끼들이 제 스스로 먹이를 해결할 수 있을 때쯤이면 계절이 바뀌어 강남으로 간다.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호주 등이 그들의 월동지다. 제비는 귀소성이 강해서 이듬해 돌아와서도 옛집에 둥지를 정한다고 한다.

 

 지금은 사람들의 주택문화가 변해서 제비가 집을 지을 처마가 다 사라졌다. 따라서 제비도 사라졌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가끔 작은 읍의 버스 차부 시멘트 구석에 지은 제비집을 볼 때가 있는데 참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인간친화적인 제비라 그나마 사람들이 많이 버정이는 곳을 택했을 것이다.

 

 제비는 나뭇가지가 아니고 개흙으로 집을 짓는다. 그들이 집을 지을 무렵은 사람들도 논을 가다루기 시작하는 시기와 맞아서 그 자재를 얻기가 쉽다. 사람들이 논을 갈거나 써레질을 하면 온갖 벌레들이 득시글대니 새끼들에게 먹일 먹이도 풍부하다. 그러므로 제비란 새는 농경사회와 농민들과 뗄 수 없는 생명인 것이다.

농경민들에게 제비는 기상캐스터였다. 저기압일 때는 곤충들이 낮게 날므로 제비도 낮게 난다. 그래서 비가 올 것을 알았고 사뭇 지저귀어대면 강풍이 올 것을 알았다.

 그런데 주택구조도 그렇고 농토도 점점 사라지고, 농사를 짓는대도 농약을 치거나 논두렁을 다 태워 버리니 제비가 돌아와 살 수가 없는 것이다.

 

 대견하게도 새들은 둥지 안에다 배설을 하지 않는다. 특별히 어미가 가르쳐주는 것은 아닐진대 그들의 청결함은 미소를 짓게 한다. 그 덕에 사람이 불편해지니 마루는 제비 새끼들이 싸대는 똥으로 늘 게저분하기 마련이다. 그 밑에 섰다가 머리에 똥을 맞기도 하고, 마룻바닥의 똥을 밟기도 햇다. 가끔은 밥상에 똥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런 녀석들이 어릴 때는 얄미웠는데 세월 지나고 보면 그 환경이 가장 사람들에게 살기 좋은 환경이었음을 알겠다. 온난화와 자연환경의 파괴로 제비들이 살지 못하는 곳은 사람도 살기 척박하다는 것을.

 

 오늘이 제비가 온다는 삼짇날이다. 가끔 시골 차부에서 보는 것 말고는 제비를 본 지가 참 오래 됐다.

 시나브로 사람들은 너무도 멀리 와 버렸다. 돌이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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