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초록의 茶園에서

보이차, 사대주의가 낳은 선풍

설리숲 2017. 1. 22. 19:12

 

 언제부턴가 중국 보이차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차 사대주의를 이끌고 있다. 차의 기원은 물론 중국이고 대지도 넓은데다 인구도 많아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종류의 차가 있다.

 그렇지만 중국 차가 좋으니 한국 차가 좋으니 하는 건 의미가 없다. 각국의 풍토와 기후, 정서 등이 다르니 차의 맛과 문화도 그곳에 적절하게 어울리는 것이다. 신토불이와는 다른 맥락이다.

 가령 중국의 차는 그 향이 진하다. 밍밍한 차를 별로 맛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 향긋한 차 맛을 좋아할 것이다. 기름기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중국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차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음식문화와 정서가 있으니 차도 자극적이지 않은 은은한 맛이 제격이다. 중국인들은 허리에 병을 차고 다닐 정도로 다반사로 차를 마신다 하는데 물이 좋지 못하다. 좀더 향이 강하게 차를 만드는 이유다.

 

 보이차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제다과정을 들여다보면 그리 비쌀 이유가 없다 한다. 위생관념이 그리 철저하지 못한 그들 특유의 정서대로 아무렇게나 쌓아 두었다가 발효하면 차가 되고, 말리는 것도 시멘트 바닥이나 너저분한 마당에 그대로 널어 말린다. 물론 보통의 영세인들의 경우이긴 하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니까.

 ‘차마고도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후 중국의 발효차에 대한 관심과 각광이 더욱 올라간 것 같다. 보관법이 신통치 않아 말에 싣고 이동하면서 눈비를 맞히고 발효된 게 보이차다. 특별히 돈을 더 들이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맛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맛은 영 아니다. 초가집 이엉이 썩으면 그 특유의 역한 냄새가 나는데 어떤 보이차는 그런 냄새가 난다. 그런 걸 돈 주고 사먹다니! 중국 사람들조차도 보이차에 대해 그리 고급으로 여기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은 최고의 차로 여긴다. 역한 그 냄새도 그들은 사랑한다. 그 차를 아주 비싼 고급차라고 자랑하며 내놓기도 한다. 베블린효과라고 할까. 값이 비싸면 고급이란 착각이 생겨 더 구매하고 싶은 심리다. 이런 걸 노려 장사치들이 터무니없이 값을 올리는 것이다.

 

 차의 맛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졸부근성과 사대주의가 낳은 꼴불견이다. 그림을 모르면서 조영남의 그림이라니 위작을 비싼 값에 사는 사람들이다.

 

 나도 더러 비싸게 샀다는 보이차를 얻어 마실 기회가 있지만 맛있다는 걸 영 모르겠다. 그에 비해 우리의 황차가 정말 맛있다.

 

 

 

 

 

우르나 : Hodoo

 

 

 

 

'서늘한 숲 > 초록의 茶園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식이 아닌 지혜를  (0) 2017.04.10
리스트를 듣는 밤  (0) 2017.04.08
선차도량 다솔사  (0) 2017.01.16
티백을 위하여  (0) 2017.01.09
2016 국제茶·공예문화박람회  (0) 2016.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