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초록의 茶園에서

차 꽃이 피었다

설리숲 2016. 10. 16. 18:55

 

 

 느지막히 일어나서 차를 마신다. 올해 세작이 참 맛있다.

 문밖엔 비가 내린다. 참 고즈넉하고 이쁘게 내리는 가을비다.

 같은 차라도 마실 때마다 맛과 향이 다르다. 기온과 습도, 날씨 따라 다르고 같이 마시는 사람, 또는 그때 기분과 분위기 따라 매 다른 것이다. 또한 가장 영향을 주는 물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30년 이상을 매일 석 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데 마실 때마다 그 맛이 다르다. 일정화 되어 있는 자판기나 심지어는 일회용 믹스커피도 매일 그 맛이 다르니 물의 양이라던가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회사에 취직을 했더니 사람들이 영 맘에 안들어 그만두었다는 사람도 있고,

 좋지 않은 사람들이면 내가 그 사람들과 어울려 그들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면 되는데 그들이 나쁘다는 건 결국 나도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 애는 착한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

 그 친구는 절대 착한 애를 사귀지 않는다.

 우리 애가 착하면 그 친구도 덩달아 착해지게 돼 있다.

 

 내 주위 사람들의 성향은 결국 내 성향인 것이다.

 차와 커피가 분위기와 기분에 따라 맛이 다르듯이...

 나만 잘하면 모든 것이 잘 해결된다.

 회사 사람들이 싫은 건 나도 그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서관에 들러 구스타프 말러의 행복하지 않은 생을 읽으며 불우한 음악가를 잠깐 동정해 본다.

 

 가을이다.

 차밭에 오른다. 계절 이때쯤이면 차나무 꽃이 핀다.

 차를 마실 때 기분이 좋듯이 이 차밭에 들어올 때도 기분이 좋다.

 차꽃이 피었다. 비가 내려 진한 차향은 나지 않는다.

 

 

 

 

 

 

 

 

 

 

 군데군데 선 감나무에서 감들은 저절로 꽃을 피우고 익고 떨어지고.

 나는 귤 오렌지 감 등 주황색 과일을 좋아한다. 강원도 산골 태생인 내게 이것들은 먼 나라의 희귀한 과일이었다.

 함양에도 감이 천지빼깔이어서 거의 날마다 홍시를 먹게 된다. 맛은 좋은데 똥을 누기가 힘들다.

 

 차밭에서 내려오려니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린다. 

 덕산 단성 일대는 바야흐로 등불을 켠듯 감 천지다.

 

 

 

 Francois Feldman - Masic Boul'v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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