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초록의 茶園에서

다반사

설리숲 2016. 7. 6. 18:32

 

 지인들이 있어 함께 차를 마시려고 물을 끓이고 다관과 잔을 준비하고 차를 우리다 보면 분위기가 엄숙해지곤 한다. 평소에 명랑하고 지식과 상식이 많아 늘 자신감에 넘치던 사람도 찻잔을 앞에 놓고는 숙연해지는 것이다.

차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다. 차는 고상하고 품격 높은 사람들이 마시는 것이어서, 이러한 귀족문화를 접한다는 낯선 불편함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아니라고 말은 못하겠다.

 

 차는 특별할 것 없다. 그 흔한 여러 종류의 음료 중 하나일 뿐이다. 그간 다인들이 보여준 행태가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다. 저들의 인격이 고매한 것처럼 행세하고 차를 마시는 것은 도를 대하는 것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도(茶道)라 한다. 그냥 차를 마시면 되지 거기에 를 집어넣어 의미를 과장하는 건 일종의 허영이다. 무슨 무슨 행사엘 가면 다도시연이라고 해서 한복 곱게 차려입고 명상음악을 백그라운드로 깔고 연기하듯이 차를 우리는 공연을 보곤 한다. 음식 먹는 걸 공연을 하다니! 이러니 차가 대중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서양 레스토랑 문화가 까다롭다고 해도 그걸 시연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반사'란 말은 일상의 예사스러운 일을 말한다. 한자로 茶飯事이니 밥처럼 차도 일상으로 접한다는 말이다.

 

 

  

 

 

 차는 우리 심신을 맑고 깨끗하게 해주는 맛난 음료이다. 이런 좋은 차가 대중화 되려면 이런 경박한 선민의식이 없어져야 한다. 스타벅스 커피를 길거리를 걸으며 마시듯이...

  귀족문화라는 개념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찻값이 비싸다는 게 문제다. 과연 나부터도 비싼 차 보다는 저렴한 커피를 사 먹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커피도 만만한 게 아니다. 아침 출근길에 아메리카노 한잔씩 마신다 하면 한 달이면 10만원이니 따져보면 찻값이 더 싼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이건 제다인들의 생계와 직결되니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 그런데 필요 이상으로 비싸게 책정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건 다함께 생각해 볼 숙제인 것 같다. 베블린효과라는, 비싸면 고급스럽다는 졸부들의 비뚤어진 허영도 한몫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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