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은 서울 같은 대도시의 노을이 더욱 붉고 곱다. 대기에 먼지가 있어 빛이 산란하여 그렇다고 한다. 지리산 같은 청정지역은 장엄하긴 해도 강렬한 색채의 아름다움은 없다.
진주가 큰 도시가 아니어서인지 오늘 맑고 투명한 날이어서 그런지 새뜻한 석양은 아니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저녁 어스름 무렵의 남강과 다리 풍광이 유럽의 도시 같다. 몰다우? 세느?
날씨만이 아니라 기온도 무척 내려갔다. 중간 과정 없이 하룻밤 사이에 계절이 바뀌었다. 전날 밤에 열대야로 수면이 괴롭더니 다음 날 갑자기 추워 이불 없이 못 자게 되었다. 저녁에 샤워를 하려니 을씨년스러운 게 영 찬물이 싫다.
사람이 생활학기에 적당한 온도가 있어 그 보다 조금 높아도 불쾌하고 또 조금 낮아도 불쾌한 법이다. 그러니 사람이 간사하다고 스스로 자괴하고 폄하할 필요는 없다.
연암도서관 계단에 낙엽이 흩어져 있다. 낙엽이야 여름에도 지는 것이지마는 느닷없이 다가선 계절에 보는 낙엽의 느낌은 짜장 가을인 것만 같다.
반디엔루니스에서 종로점을 폐점한다는 공지 문자를 보내왔다. 나야 뭐 책이 궁박한 사람도 아니고 서점이야 얼마든지 있으니 문을 닫든지 말든지 별무 상관이지만 그동안 누려온 커피의 즐거움이 없어져 그게 많이 아쉽다, 반디엔루니스 종로점 내의 테이크아웃 커피가 내 입맛에 그만이라 서울엘 가게 되면 책이 아닌, 그 집 커피를 마시러 꼭 들르곤 했었다. 이제 마음 붙일 다른 집을 물색해 봐야겠다. 어디로 가나.
슈만 피아노 소나타 3번 3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