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휴가를 받고 첫날 도착한 곳이 안동이었다.
서울을 가는 기차를 타려고 역엘 갔더니 광장에 서 있는 노래비 하나. 작금 크게 히트한 노래를 발 빠르게 브랜드화해 놓았다.
일기예보는 내내 전국에 많은 눈이 내릴 거라 안날부터 호들갑을 떨더니 과연 아침에 잔득 무거운 하늘 아래로 희끗희끗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노랫말 내용대로 이왕이면 눈 내리는 풍경을 찍어 보자. 서울행 시간을 미루며 대합실에 앉아 어여 더 내리거라, 시간을 죽이고 앉았는데,
내 기대와는 달리 눈 같은 눈은 내리지 않고 하늘은 점점 맑아졌다. 뉴스는 서울에 많은 눈이 쏟아지고 있다 하고 충청도에도 폭설이 하루종일 내린다 하는데 안동과 경북은 하늘이 오히려 파랗게 개고 있었다. 한 달 이상을 우중충한 날씨가 지루하게 이어지더니 머피의 법칙인가, 내가 기대한 그날은 어찌 그리 청명할 수 있을까.
심지어는 여름에만 볼 수 있는 뭉게구름이 하늘을 수놓았다. 참 고약한 날씨다.
눈 내리는 풍경은 찍지 못했지만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고 있는 안동역 광장의 분위기는 나름 괜찮았다. 게다가 하늘은 여름풍경이고...
기차를 타고 영주 풍기를 지나 소백산맥을 넘으니 거기서부터는 과연 뉴스에 본 바와 같이 폭설이 쏟아지고 있었다. 우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 듯했다. 눈의 나라! 겨울왕국! 참말 오랜만에 즐기는 설경이었다.
두고 온 안동역이 자못 궁금했다. 여전히 파란 하늘 뭉게구름이 떠다니고 있을까. 혹 나 떠난 후에 눈 내리지 않을까. 내려서 되돌아가 확인하고픈 생각도 간절하였다.
김병걸 작사 최강산 작곡 진성 노래 : 안동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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