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들의 시선으로 보는 스님들은 고고해 보인다. 보다 신에 가까이 다가가 있는 존재로 인식된다. 스님들은 입만 열면 주옥같은 법문들을 쏟아낼 것 같다.
그치만 별다른 거 없다. 그저 똑같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가는 길이 다를 뿐이지. 먹으면 싸고 기쁘면 웃고 아프면 얼굴 찡그리고...
부처 앞에 나아가 예불을 드리는 때 외엔 우리 중생들의 생활과 다르지 않다.
모처럼 선재스님과 지내는 시간이 좀 있었다. 재미있고 유쾌하게 여느 직장동료들과의 그것처럼 평범하고 평안한 시간들이었다.
하여튼 목사나 중이나 참 말이 많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말을 한다. 그 많은 지식과 상식들은 과연 범부인 우리들과는 거리가 있게 느껴지는 고고함이다. 그리 떠들어대는데도 가냘픈 몸이 지치지 않는 것도 대단한 공력임을 알겠다.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마지막 열처리하는 공정은 정확한 용어가 아직 없다. 위조니 살청이니 유념 따위의 용어 말이다. 보통 우리는 드라이라고 하며 그냥 열처리라고도 하는 사람도 있고 시아기라고 하는 데도 있다. 드라이(dry)는 영어라서 그 느낌도 어색하지만 의미도 맞지 않는다. 단순히 말리기만 하는 작업이 아니다. 또 시아기는 일본어라 역시 어색하다. 오래 전부터 늘 그것이 불만이었다. 차를 한다는 자칭 전문가들이 아직까지 가장 기본적인 공정의 용어하나 정립하지 못했다는 것은 직무유기다.
선재 스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그 이야기를 했더니 스님도 그 생각까진 못했다면서 한번 알아봐야겠다고 하였다.
가향이란 이름을 가르쳐 준 선재 스님. 스님에게서는 늘 가향같은 품위가 느껴진다.
며칠 후 다시 만난 스님은 그것 때문에 여러 책을 뒤져 봤는데 몇 가지 이름이 언급되어 있더라고 한다. 그 중에 자신은 가향이라는 말이 참 좋아 앞으로 그 말을 써야겠노라고 한다.
가향.
향을 첨가한다는 加香이 아니라 아름다울 가 자를 써서 佳香이라고. 그래서 더 맘에 든다고.
나도 가향이란 말이 좋긴 한데 현장에서 실용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오랫동안 써 온 습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또 가향 어감 자체가 너무 예쁘장해서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간지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