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초록의 茶園에서

차를 위한 소나타

설리숲 2015. 7. 8. 01:18

 

 차는 귀족 음청이다. 와인 커피와 함께 세계 3대 음료에 들어가지만 나머지 둘에 비해서는 대중화되지 못하였다. 여전히 값비싼 부르주아 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내가 차를 하지 않는다면 나 역시 선뜻 돈을 내고 사 먹지는 못할 것이다.

 기껏해야 나무 이파리 물에 우려먹는 것에 지나지 않으면서. 생각해 보면 실소가 나올 법도 하다.

 

 우전을 채취하는 시기는 봄이라지만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다. 이른 아침에 차밭으로 올라가 차를 따면 손끝이 시리기도 하다. 봄 한철을 다 지내고 중작 대작 말차까지 정리될 즈음이면 계절이 바뀌어 무더운 여름철에 들어가 있곤 한다.

 봄날을 다 보내면서 그 난리를 쳐대며 만들어 내는 게 차다. 별것도 아니고 나무 이파리 국물이나 마시려고 땀과 정성을 들여 밤늦도록 노동을 했다.

 

 

 

 

 

 

 

 

 차를 우려내어 물만 마시고는 찻잎은 버린다. 그렇게 심신을 소비해가며 만든 찻잎인데. 일견 허탈한 기분도 느낀다. 양생을 위한 식량도 아니고 단지 마시고 버리는 기호식품에 들어가는 노력이 지나친 건 아닐까 반문도 한다. 아마 그래서 값이 비싸긴 하겠다.

 

 

 

 

 

 차 산업도 점차 사양길로 접어들지 않을까 한다. 찻잎을 딸 인력이 줄어든다, 시골이야 젊은 사람들은 없고 할머니들이 여태 그 일을 해왔지만 한분 두분 돌아가시고 또는 기력이 없어서 일을 놓으니 눈에 띄게 수가 줄어들었다. 도시에서 새로 사람들이 들어올리는 없으니 10년도 못 가서 아마 찻잎 채취할 사람이 거의 없어질 것 같다. 보성처럼 기계화하면 모를까 지금 이곳의 시스템으로는 애로가 많아 보인다. 많은 연구와 실험이 있어야겠다.

 

 

 

 

 

                                         베르트 아르페지오네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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