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 하나 뻗쳐 놓고 앗따 번쩍 유리 속의 골동품
버려진 저 왕릉 두루 파헤쳐 이놈 저놈 손벌린 돈딱지
쇠죽통에 꽃 담아 놓고 상석 끌어다 곁에 박아 놓고
허물어진 종가 세간살이 때 빼고 광 내어 인사동
있는 사람 꾸민 사람 납신다 불경기에 파장들이 다 넘어가도
푸대접 신세 귀한데 가니 침 발라 기름 발라 인사동
놋요강에 개 밥 그릇까지 가마솥에 누룽지까지
두메 산골 초가 마루 밑까지 뒤져 뒤져 쓸어다 돈딱지
열녀문에 효자비까지 충의지사 봉덕비 향내음까지
고려 신라 백제 주춧돌까지 호시탐탐 침 흘리는 인사동
양코쟁이, 게다 신사 납신다 문 열어라 일렬종대 새치기 마라
푸대접 신세 물 건너가니 침 발라 기름 발라 인사동
정태춘은 노래 <인사동>에서 옛날 같으면 못 사는 사람들이나 쓰던 허들엣 물건들이 버젓이 고급 골동품으로 둔갑하여 진열된 현상들을 비웃으며 아울러 당시의 정치 권력자들과 졸부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사기 요강이 80평 아파트의 거실에 가보처럼 모셔져 있는 코미디 같은 세태를 노래하였다.
인사동.
아마 처음엔 대부분 그런 인상들을 가졌을 것이다. 너저분한 풍경에 고리타분한 물건들. 흡사 하나둘 사라지는 달동네를 대신하여 생겨난 오발탄 같은 거리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모든 것이 변하였다. 서울에서도 외국인 관고아객이 가장 많이 온다는 인사동이다. 우리에겐 낡은 것이 그네들에겐 신기하고 세련돼 보일 수도 있겠다. 실제로 이곳 거리에 예전처럼 너저분한 물건들은 거의 없다. 인테리어도 간판도 좀더 고급스럽게 업그레이드되었다. 이른바 빈티지라는 복고풍 물결이 어느 때부턴가 고급문화의 한 장르로 부각되면서 인사동에 대한 시각도 완전히 바뀐 것이다.
일요일이면 말 그대로 인파다. 반 이상이 일본과 중국인 대만인 관광객이다. 내가 상점엘 들어가면 불문곡직 일본어로 인사한다.
전경애 작시 이안삼 작곡 김재우 노래 : 아름다운 인사동
이런 골목들이 소담스레 아름답다.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 쌈지길을 돌아보면 사람 손재주의 대단함을 느낀다.
난 정태춘을 좋아하지만 인사동을 비하한 것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하긴 그때와 지금은 또 다를 테니까. 지금은 그의 시선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파워블로거는 아니지만 낙원동길에 있는 이 순대국집은 추천하고픈 집이다. 여태껏 먹어본 순대국 중 가장 맛이 있었다. 가격도 맘에 들고. 이런 집은 돈 좀 많이 벌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나는 낙원상가 악기점들을 구경하는 게 좋다. 꼭 사지 않아도 들여다보고 있으면 왠지 내가 격조 높은 예술가가 된듯한 착각을 하는것이다.
'서늘한 숲 > 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홀로 아리랑 (0) | 2015.06.10 |
---|---|
이별의 인천항 (0) | 2015.04.09 |
돌아와요 부산항 (0) | 2015.03.16 |
눈물의 연평도 (0) | 2015.03.02 |
윤동주 시인의 언덕 (0) | 2015.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