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광주 금남로

설리숲 2015. 1. 9. 00:57

 

 

 

 

 

 국민은 세금을 내고 국가는 그 세금으로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지켜준다.

 그런데 세금을 낸 국민들의 가슴에 총알을 난사한 정부가 있었다. 바로 그 돈으로.

 천인이 공노할 일이 있었다.

 

 

 

 

 

 

 광주는 반역의 땅인가. 그렇다. 반역이되 아름다운 반역이다. 전태일을 ‘아름다운 청년’이라 하듯.

감히 누구도 나서지 못하는 발걸음을 광주는 늘 먼저 시작했다.

광주제일고등학교와 광주서중학교 교정에는 금자탑이 서있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이다. 1929년 이곳 학생들이 분연히 일어선 역사가 있다.

이 탑의 휘호는 이승만이 썼고 후면 글은 이은상이 썼다. 기가 막히지 않은가. 대표적인 친일인사들이 여기에 글을 썼다 한다.

 

 

 

 

 

 

 

 

 

 

 12월 12일이다.

 12‧12사태가 난지 35년 되는 날이다. 전두환의 불법 쿠데타로 한국의 현대사가 피로 얼룩진 날이다. 전두환 노태우는 후에 내란죄로 사형을 언도받았지만 여태 안녕하시다.

 슬픈 영혼들만이 허공에서 울고만 있다.

 

 부끄럽게도 518 당시 나는 KBS뉴스만을 접하고 좌익빨갱이들의 준동에 겁을 먹었었다. 얼마나 참회를 해야 하는지.

 

모든 것은 과거로 흘러가고 금남로도 많이 변했다. 점차 그 이야기들의 먹빛도 흐려져 갈 것이다. 그 치열했던 이야기는 그저 전설로만 이어질 것이다.

 

 

 

옛 도청 광장과 낡아가는 건물

아픈 혈흔을 간직한 곳이다

 

 

 그냥 금남로 이 거리를 걷고 싶었다. 지나간 역사 따위는 생각지 말자.

 그렇지만 곳곳에 그이들의 자취가 느껴져 맘이 몹시 불편했다. 이 영광의 거리, 빛나는 빛고을...

 12월 한파는 뼛속에까지 파고들어 하루 종일 몸을 떨었다. 오욕의 내 지난날들.

 

 여전히 진행 중인 그 어느 날의 핏빛 아름다운, 여기는 반역의 땅이다.

 

 

 

 

예술의 거리에서

 

 

 

 

 

518기념공원

 

 

 

 

 

 

                                      정태춘 : 5‧18                           

    

 

 

 

    학살 1

                        김남주

 오월 어느 날이었다.

 80년 5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당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군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 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 놓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2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 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학살의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하늘은 핏빛 붉은 천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한 집 건너 울지 않는 집이 없었고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 올려 얼굴을 가려버렸다

 밤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 버렸다

 

 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렇게는 처참하지 않았으리

 아 악마의 음모도 이렇게는 치밀하지 못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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