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1943년 4월 3일생

설리숲 2014. 10. 23. 23:08

 

 장애인이라는 화제성 덕분에 오히려 더 관심을 받고 높은 인지도를 얻는 경우도 있다.

 가수 이용복.

 맹인이 아니었어도 그의 노래는 아무 매력적이고 훌륭하였다. 대중 앞에 선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의 주옥같은 노래들은 당대의 하나의 아이콘처럼 대중을 사로잡았었다.

 레이 찰스나 호세 펠리치아노 스티비 원더 등 해외에도 장애를 극복한 불세출의 가수가 많았거니와 한국에서의 이용복의 위상도 대단했었다. 이용복은 호세 펠리아노를 닮았다. 목소리도 노래 스타일도. 아마도 호세 워너비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집에 TV가 없었던 국민학교 어느 때 TV가 있었던 아이들끼리 이용복 이야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울면서 노래했다는 것이다. 지네 엄마도 울엇다는 것이다. 그 노래는 <1943년 3월 4일생>이었다. 맹인이라는 악조건으로 이용복은 대중의 동정과 찬사를 많이 받았다. 그러므로 그의 노래는 하나하나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듯이 관심을 받았다.

 그런 그가 가엾은 어머니 왜 나를 낳으셨나요... 하면서 노래할 때 그의 슬픈 처지를 동정하고 있던 대중들은 역시 그 노래 속에 같이 동화되었을 테고 그의 눈물은 그대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을 것이다.

 

  이용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1943년 3월 4일은 이 노래의 원작자인 이탈리아 가수 루치오 달라(Lucio Dalla)의 생일이다. 후에 저 유명한 <카루소>를 작곡한 슈퍼스타다.

 2차 대전의 와중에서 낯선 병사의 씨를 잉태한 처녀는 혼자 아이를 낳았고 그렇게 루치오는 아비도 모르는 사생아로 태어났다. 1943년 3월 4일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사생아는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가 없다. 늘 주위의 조소와 비방들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겪으면서도 소년 루치오는 늘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아비 없이 태어난 자신을 ‘아기 예수’라 스스로 별명을 붙였으며 다른 아이들로부터도 그렇게 불리기를 자청했다 한다.

 그가 가수가 되어 만든 노래가 <1943년 3월 4일생(4 Marzo 1943)>이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자기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사랑, 그리고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관조하는 노래다.

 

 이에 비해 이용복의 처지는 더욱 처절하다. 그래서 그의 노래와 눈물이 몹시도 애잔했을 것이다. 루치오 달라의 원곡보다도 이용복의 번안곡이 더 훌륭하다. 워낙 이용복의 노래 실력이 출중하다. 그의 다른 노래들도 다 그러하다. 가슴 저 안에 어던 슬픔 같은 것이 배어 있는 듯하다.

 

 전 세계인들에게 자신의 생일을 각인시킨 유일한 사람 루치오 달라는 2년 전 (2012년) 생일을 사흘 앞둔 3월 1일에 세상을 떠났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함께 부르던 <카루소>의 깊은 울림이 남는다.

 

 운명을 거역하지 말자. 그것은 나의 친구이고 동반자다. 세상이 내게 준 현실이 곧 내 인생이다. 그것은 어쩌면 축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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