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유년의 대뜰

떡 치기

설리숲 2014. 8. 21. 01:01

 

 집안에 큰 행사가 있으면 떡이 많이 필요했다. 그때마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떡을 쳤다.

 큰 솥에다 찹쌀을 쪄내 안반에다 쏟아놓으면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준비된 장정 둘이 떡메를 들고 달려든다. 주인 여자나 다른 아낙네가 하나 안반 옆에 붙어 앉아서 수시로 고르거나 뒤집어준다. 갓 쪄낸 쌀이 뜨겁기도 하거니와 손이나 안반에 들러붙지 않도록 연신 물에다 손을 담가 축여가며 떡메꾼보다 더 수고를 한다.

 메질이 워낙 힘든 일이라 역시 수시로 사람을 바꾸어 가며 친다. 힘든 노동이지만 치는 사람이나 구경하는 사람이나 왁자지껄 흥겨움이 넘친다. 부엌에서는 먹을 준비를 하고 있고 떡만 다 되면 다들 둘러앉아 먹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차지게 떡이 쳐지면 그제부턴 아낙네들이 수고를 한다. 떡을 썰어 민인절미도 만들고 필요에 따라 콩가루니 녹두가루 또는 팥을 묻힌다.

 그리고 수고한 사람들과 구경꾼들이 푸짐한 인심과 함께 생활의 한 즐거움을 만끽한다.

 

 큰 행사가 아니라도 이따금 이렇게 떡을 쳐서 먹었다. 장례 때는 떡을 안 쳤다. 삼일장이니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그러니 떡을 친다는 건 언제나 설레고 흥겨운 기억이다.

 

 떡이 다 되기 전에 일이 있어 집에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럴 때 떡을 주무르고 있던 아낙네가 하는 인사말.

 “아 왜 가게? 떡 처먹구 가지”

 와, 하고 웃음이 넘쳤다.

 

 

 

                              <떡치는 여학생들>이라는 낚시용 제목으로 떠도는 사진이다

 

 

 

 

정선 장날 늘 이런 퍼포먼스를 한다. 관광객들이 직접 떡메를 친다. 만든 떡은 전부다 시식을 하고 즉석에서 포장하여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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