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령은 지금은 대구 수성구에 속한다.
야트막한 봉우리가 몇 개 이어져 있긴 하지만 깊은 산도 아니요, 그럴싸한 숲이 있지도 않다. 예전엔 고모 역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있었다지만 큰 도시가 된 지금도 외진 촌이다.
모봉 형봉 제봉 등이 있다 그런데 아버지 봉우리는 없다. 잘 알려진 전설이 있거니와 고모령(顧母領)은 어머니를 돌아본다는 말에서 붙은 이름이다. 형제가 어머니를 본다는뜻도 있겠고, 전설의 내용처럼 어머니가 마을을 뒤돌아본다는 뜻도 있겠다. 이곳 일대를 트레킹코스로 조성하긴 했으나 그리 매력적인 길은 아니다. 인구가 많지만 이곳을 찾는 시민은 매우 드물어 보인다. 교통편도 그렇고 삭막한 환경도 그렇고.
시간이 여유롭다면 고모 역에서 이 길을 넘어 망우공원으로 산책 삼아 걸어가도 되겠다. 일부러 가고 싶은 곳은 아니다.
망우공원에 고모령 노래비가 있다.
과거는 돌아오지 않겠지.
내가 옛일은 알지 못 하지만 누군가의 수고로 흔적이 남아 노루꼬리만큼이라도 그 시절을 접해볼 수 있으니, 회고해보면 가장 아름다운 날은 지나간 날임을 새삼 깨닫는다.
숱한 사람들의 애환을 실었던 기차는 없다. 지금은 KTX가 빛의 속도로 고모 역을 지나쳐 달린다
금호강의 수량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지금은 강이라기 보다 개천 수준이다.
그 옛날 우리 가난한 농군,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의 고단한 삶이 보인다.
고모역에서
고모역에 가면
옛날 어머니의 눈물이 모여산다
뒤돌아보면 옛 역은 스러지고
시래기 줄에 얽혀 살던
허기진 시절의
허기진 가족들
아, 바스라지고 부서진 옛 기억들
부엉새 소리만 녹슨다
논두렁 사라진
달빛, 화물열차는 몸 무거워
달빛까지 함께 싣고
쉬어 가던 역이다
고모역에 가면
어머니의 손재봉털 처럼
덜커덩, 덜커덩거리는 화물열차만
꽁지 빠진 새처럼
검은 물새 떼처럼
허기지게 날아가는
그 옛날, 고모역 선로 위에서
아, 이즈러진 저 달이
아, 이즈러진 저 달이
어머니의 눈물처럼 그렁그렁
옛 달처럼 덩그라니 걸려 있는
슬픔처럼 비껴 서 있는
그 옛날 고모역에서.....
박해수
호동아 작사 박시춘 작인 노래 : 비 내리는 고모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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