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운두령

설리숲 2014. 6. 26. 23:40

 

 이 노래를 아십니까.

 

  원수의 총칼 아래 피를 흘리며

  마지막 주고 간 말 공산당은 싫어요

  구름도 망설이는 운두령 고개

  새 무덤 오솔길을 산새가 운다

 

 

  국민학교 시절, 부르기를 강요당했고 그저 무심하게 흥얼거리고 다녔던 저 노래, 그리고 영웅 이승복.

  건국 이후 한번도 제 정체를 찾지 못한 이 나라 대한민국.

  엄청난 힘으로 사람들을 눌러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저 반공 이데올로기.

 

 

 

 

 

 

 대한민국의 국시는 반공,

 그 국시에 따라 50~60년대를 거쳐 70년대까지 저 빌어먹을 반공은 국토 곳곳에 핏물처럼 배어 너도나도 반공이었으며 그것도 성에 안 차 종내는 멸공이란 구호까지.

 

  이승복.

 그 빌어먹을 반공 이데올로기로 인해 비운에  간 소년.

 근래 그 이야기가 실화라느니 조작이라느니 비로소 논란거리가 되고 있지만, 실화든 조작이든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그런 무서운 세뇌사상에 신음했던 건 사실이지요. 설사 실화라고 하여도 그 무지막지한 공비들의 공포에 맞서 공산당이 싫다고 외치도록 세뇌한 반공교육이 그 얼마나 섬찟하고 무서운 일인지.

 

 

 

 

 

 아직도 곳곳에 도사리고 앉아 시퍼런 칼날을 번뜩이고 있는 친일주의자, 친미주의자, 수구주의자들.....

 지금 이 나라가 이리 비틀려 있는 건 그 자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비극의 현실입니다.

 매국노 이완용의 후손이라는 작자들이 재산을 돌려 달라고 소송을 냈다지요. 피는 못 속인다더니 그 자들의 피는 무슨 색인지 꼭 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런 뻔뻔한 얼굴을 들고서 잘 먹고 잘 사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십여 년 전 홍천의 한 마을을 다녀왔었습니다.

  이승복 군이 살았던 평창 계방에서 운두령을 넘어 작은하니(小寒洞, 소한동)라는 곳입니다.

  면소재지에서도 두 시간 걸어 들어가야 하는 아주 깊은 산속이에요.

  가보니 독가촌이군요.

  60년대 이북 무장공비들이 한창 출몰하던 무렵, 공비들의 은거지를 없애고자 정부가 소개령을 내리고는 강원도 산간에 흩어져 살던 화전민들을 죄다 한군데 몰아 마을을 이루어 살게 했던 집들.

 그렇게 지은 집들은 그저 바람이나 막을 정도로 허술하기 짝이 없고 멋대가리도 하나 없는 집입니다.

 똑같은 집들이 장난감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그런 마을을 독가촌이라 하지요.

 

  그 곳이 바로 그런 독가촌이었네요.

  이따금 차를 타고 가다가 산자락에 군데군데 남아 있는 독가촌을 먼발치로 볼 때도 그랬지만 소한동 마을에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기분입니다.

  30년 전의 독가촌과 똑같습니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벽돌 담장마다 스카이라이프 안테나가 올라앉아 있고, 방에 기름보일러가 깔려 있고, 남들 다 있는 각종 가전제품들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승복의 운두령 고개를 넘으며 느낀 비감에다 이 시대에 걸맞지 않는 생경한 독가촌 풍경에 나도 모르게 그 시절 극성을 떨던 반공 이데올로기가 생각나 자꾸만 슬프고 종국엔 분노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승복 사건은 조선일보 보도로 처음 세상에 나왔고 반공이 국시인 대한민국 전반에 걸쳐 대북이념자료로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박정희는 곧바로 교과서에 싣도록 지시하였고 본격적인 반공 이데올로기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1975년 대관령휴게소에 이승복기념관을 세우고 이곳을 반공의 메카로 부각시키려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1982년에 지금의 속사리로 이전해 왔습니다.

 

 

 글쎄요.

 아직도 진실은 알지 못하지만 작은 소년을 영웅화하여 국민을 우민화하려 했다는 것은 참으로 서글프고 아픈 일입니다. 그의 통치시절에는 그 모든 게 가능했었지요. 나는 종북이라는 비난을 받을지언정 앞으로 다시는 그런 독재자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언제부턴가 학교에서도 이승복과 그에 관련된 반공교육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아이들의 시대에는 또 어떤 이념으로 인식하게 될런지.

 

 

 

  운두령, 과연 구름이 머물만 한 고개입니다

 

 

 운두령(雲頭嶺)은 평창과 홍천을 경계 짓는 해발 1,089m의 아주 높은 고개입니다. 성능 좋은 차를 타고 올라가도 헐떡이는 가파르고 구부러진 길의 꼭대기에 있습니다. 과연 구름도 망설이게 높은 고개입니다.

 어릴 적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노래를 부를 때마다 운두령 고개를 아스라이 상상했었습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세상도 역시 다 똑같은 세상입니다.

 뜬금없이 세월호의 아픈 영령들을 떠올리다가 그만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김병욱 작사 정세문 작곡 : 공산당이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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