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노랑, 그 용서와 희망의 色

설리숲 2014. 6. 15. 22:35

 

 싸운 것도 아니면서 어설프게 서운하고 서름해져서 마음이 아픈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는 대개 이별로 끝나고 만다.

 

 그 봄, 마음에 옅은 상처를 얻고 길을 떠났다. 기실 여행을 다녀온다고 상처가 지워진다거나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는 않는다. 알지만 그냥 있는 것 보다는 무언가를 해야 그나마 낫다.

 

 작정도 없이 평소에 들어둔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녔다. 사천 다솔사를 들렀다 나와서는 당신 때문에 눈물이 났다고 그녀에게 메일을 보냈다. 광양의 매실농장에서 일주일간 일도 하고 오래도록 보지 못했던 사람의 얼굴도 보고. 아무튼 꽤 여러 날을 소일하고 스무골로 돌아올 때는 그래도 기분이 많이 풀어져 있었다.

 

 방으로 들어와 안에서 잠근 문고리를 벗기려다가 거기 꽂혀 있는 천 조각을 보았다. 천 종류는 모르지만 승새가 성긴 마 비슷한 천이었는데 샛노란 색이 화사했다.

 이게 뭐야. 누가 빈집에 들어왔다 간 것 같은데 별 신경은 가지 않았다. 전에도 내가 며칠씩 집을 비울 때면 아저씨 하나가 들어와서 술을 찾다가 가곤 하는 정황이 있곤 했다.

 

 샛노란 천 조각은 내게서 관심을 얻지 못하고 그날 저녁 아궁이에 무심하게 넣어졌다. 모르겠다. 아궁이에 넣었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그 노란 천을 어찌했는지 전혀 모르겠다.

 

 서먹한 기분을 안은 채 그녀를 만났다. 이제 다시 가까워지지는 않으리라는 걸 육감으로 느꼈다. 그렇게 되니 오히려 더 편안해졌다. 그녀와는 그렇게 맨송맨송한 관계로 몇 달을 더 지내다가 서서히 멀어져 갔다.

 

 그런 나날 중에 그 이야기를 들었다. 미안함과 함께 편안한 귀가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란 천을 준비해 부러 내 오두막집을 다녀간 것이다. 비록 노래에 나오는 것처럼 큰 나무에 온통 노란 손수건을 내걸진 못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노란 천은 없어진지 오래였다. 알았다면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을는지 모른다.

 

 신장이 좋지 않아 무리한 생활을 삼가야 하는그녀였다 가 사는 고창골에서 내 오두막까지는 걸어서 좋이 한 시간은 걸린다. 그것도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와서 노란 천을 꽂아 놓고는 되돌아 내려가다가 기어이 쓰러졌다. 거기 꽁지머리 아저씨네 통나무집에 들어가 한참을 누워 있었다고 한다.

 이미 이별이 코 앞에 다가온 다음이었다.

 

 그때는 마음이 착잡하고 아프더니 시간은 약이어서 어느 때부터는 머리에서 아주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색 중에 노란색을 좋아한다. 심리분석을 보니 노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우유부단하고 질투가 많다고 한다. 얼핏 나와 맞는 것 같다.

 또 노란색은 기다림과 희망을 의미한다고 한다.

 실화로 유명한 이야기를 노래한 <Tied Yellow Ribbon Around The All Oak Tree>에 그래서 노란 리본이 소재다.

 

 그녀와 연애하던 그 당시는 사회적으로도 노란색의 시대였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탄핵과 이를 성토하던 국민들은 온통 노란색을 색칠하였다. NGO 활동을 하던 그녀도 가방이나 액세서리에 노란 장식을 하곤 하였다.

 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봉하마을로 낙향할 때 마을 사람들이 어귀의 나무에 노란손수건을 수없이 매달아 그를 환영했다.

 

 그후로 세상은 또한번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노 대통령이 서거하면서부터 장례식까지 온통 노란색의 물결이었다. 슬픔 이전에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세상은 노란색이다.

 노랑의 의미대로 기다림과 희망을 바라지만 너무도 절망적안 비극으로 끝났다. 지금 노랑은 슬픔과 고통의 색으로 변해 버렸다.

 

 세월호의 영혼들이여,

 미안합니다.

 

 

 

 

 

 

                        Tony Orlando & Dawn :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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