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에게 불우와 고독은 숙명인가. 예술가여서 불우했을까 불우했기 때문에 예술이 탄생했을까. 구스타프 말러 또한 외롭고 척박한 삶을 살고 갔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어둡고 우울하다.
말러를 사랑했던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은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중 브리오니에서 말러의 죽음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베네치아에서 말러에 대한 존경과 추모의 정을 담은 소설을 구상하여 단편을 썼는데 그것이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이다. 말러와 자신을 혼합한 인물을 창조하여 보다 높은 형이상학적이고 고결한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그렸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루키노 비스콘티가 토마스만의 이 소설을 동명의 영화로 만들었다. 원작의 주인공은 작가이지만 영화에서는 작곡가로 각색하였으며 이름도 구스타프 아센바흐로 설정해서 영락없는 말러임을 보여준다. 더구나 영화 내내 말러의 교향곡 5번. 그 중 4악장 아다지에토를 들려준다. 평론가의 말로는 영화에서 이 곡이 6번 나오는데 그 시간을 합하면 30분이 넘는다 한다. 말러를 염두에 둔 영화이긴 하나 영화 속에서의 주인공과 말러는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
이후로 말러의 이 곡이 대중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곡이 되었다. <엘비라 마디간>과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처럼 <베니스에서의 죽음>과 아다지에토는 동일시된 관계가 되었다.
어디에서든 정착하지 못하고 동정을 받지 못하는 유태인의 신분과, 오롯이 사랑해서 결혼했던 부인의 일탈과 남성편력으로 인한 불안정, 자식들을 일찍 앞세워 보내야 했던 충격 등 행복하게 웃는 순간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싶은 비운의 예술가 말러. 그래서 그의 음악은 음울하고 비감하다.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 흐르는 아다지에토는 그의 음악 중에서 그나마 가장 밝고 사랑스런 정감이 담긴 곡이다.
구스타프 말러 (1860~1911,오스트리아)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O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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