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사회에서 핵심은 비다.
곡우(穀雨). 그 농사에 비를 내려 준다는 절기.
예전엔 심상히 지나가던 것이 차를 만들고부터는 날씨에 민감해지니 곡우가 늘 고비처럼 인식돼 있다. 예전부터 이 날은 꼭 비가 온다고 했지만 기실 곧이들리지는 않았다. 말이 그렇지 자연의 기후가 어찌 인간이 만든 날을 맞춰 줄까.
심상히 지나치던 때의 일은 모르겠으나 차를 만진 이후의 곡우는 짜장 비가 내렸다. 그날이거나 전후의 날에 틀림없이 비가 내렸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렇다면 과거부터 매년 그랬을 거라는 걸 믿어도 될 것 같다.
오늘 곡우. 역시 비가 내린다. 내일은 제법 많이 온다고 한다.
곡우 전에 따서 덖은 차를 우전이라 한다. 올해는 아직 잎이 돋지 않았다. 언제부터인지 계절이 자꾸만 늦어진다. 곡우 전에 우려내는 차를 마시기 힘들다. 명목상의 우전은 사라지는 셈이다. 지구는 자꾸 더워진다는데 겨울은 조금씩조금씩 길어지는 건 어인 연유인지.
세상은 무언가 모르게 비틀리고 엇나가는 것 같은 허줄한 감각.
신이경 : Forest In The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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