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는 가을이면 ‘커피축제’를 여는데.
그곳에서 커피가 생산되나? 아님 그곳에 커피 공장이라도 있나? 다른 곳보다 커피소비가 많은가? 커피무역이 많은 곳인가?
아무리 끌어다 붙이려고 해도 커피하고는 전혀 연관이 없는데 난데없는 커피축제라니.
강릉 위정자들이 가끔 뻘짓을 하곤 한다. 몇 년 전에는 헤르만 헤세 박물관을 만든다고 요란하게 홍보를 해댔다. 헤세의 글에 강릉이라는 낱말이 한번이라도 있었다면 웃겨도 봐줄만 한데 이건 뭐 헤세가 생전에 존재조차도 몰랐을 듣보잡이 생뚱하게 헤세 박물관이라니. 시민들이 그 개갈도 안나는 짓거리 집어치우라고 하는 바람에 포기하긴 했지만. 또한 경포호 근처에 에디슨 박물관도 있다. 에디슨이 생전 강릉이라는 이름을 듣기조차 했을지.
정 기념관이라도 짓고 싶으면 신사임당과 이이도 있고 초당으로 상징하는 허씨 일가 허균 허난설헌도 있는데 그것만 해도 강릉에서 할 기념사업은 콘텐츠가 많아 보인다. 선교장 옆에 김시습 기념관이 있긴 하다. 매월당의 명성에 비하면 너무 규모가 작아 얼핏 초라해 보인다. 이걸 좀 더 발굴하고 다듬고 하는 것도 중요하고 의미 있는 사업이거늘 웬 헤르만 헤세? 하긴 뭐 파주에는 엘비스 프레스리 기념관도 있더만.
강릉에서 닭목령으로 오르는 교외지역에 커피 박물관이 있다. 한적하고 고즈넉한 풍경 속에 조촐하게 자리 잡은 제법 주위 풍광과 어울리는 건물이다. 여자친구와 함께 (애인 아니고 여자친구다) 우연히 지나가다 발견했는데 꽤나 근사하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화분으로 재배하는 커피나무를 볼 수 있고 이 원두로 직접 가공하여 제품을 만드는 공정을 볼 수 있다.
건물 근처에 다다르자 벌써 커피향이 진하게 풍겨 나온다. 골짜기가 온통 커피 향으로 가득 찬 듯하다.
직원이 건네준 원두 두어 알갱이 씹었다가 그 강한 뒷맛에 몇 시간을 고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커피나무를 본 것 하나만으로도 입장료 들인 가치가 있었다.
친구는 두 병씩이나 커피를 사고 나는 내려먹을 장비도 없으니 필요가 없어 그만두었다. 둘이서 맛난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는개비가 내려 더욱 운치 있는 초가을 오후였다.
기타 로망스(Guitar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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