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설리숲 2011. 10. 29. 02:10

 

 얼마 전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을 때 별이 졌다고 했다. 이 사회에 많은 공헌을 하고 큰 족적을 남긴 저명인사가 사망하면 우린 그렇게 말한다. 황순원 작가도 그랬고 김기창 화백도 그랬고 법정 스님, 가수 현인도 그랬고 야구선수 최동원이 사망했을 때도 별이 졌다고 했다.

 수많은 별은 졌는데 별이 탄생했다는 말은 없다. 어느 누가 큰 별이 될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주어지는 티베트의 달라이라마도 있지만 그도 어떻게 살았는가에 의해 별이 될 수도 있고 평범한 지도자로 남을 수도 있다.

 이렇듯 인간 모두는 다 같은 조건에서 출발한다. 살면서 지위와 명망 덕망이 갈리는 것이다.

 보면 우리가 큰별이라고 숭앙하는 인물들은 거개가 많은 재산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다(스티브 잡스도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 사람들은 각별한 애정을 갖고 흠모하는 것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훌륭한 것인가에 대한 기준도 없고 높낮이의 기준도 없지만 그래서 더욱 애매한 것이 인생살이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좀더 나은 것을 위하여 더 높은 곳을 향하여 걷고 오른다. 더 나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누구나 별이 되고 싶어 하지만 가장 밝은 별은 오직 하나 밖에 없으니 가장 빛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그저 평범하게 빛을 품고만 있다가 아무도 모르게 스러지는 별이 차라리 행복하지 않을까.

 

 

 

 

 청천하늘에 잔별도 많다. 데니스를 찾으러 고개를 오른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더니 종내 감감하다. 고갯마루에 휴게소가 하나 있다. 그는 거기서 맥주캔이라도 까고 있을 것이다. 그 영마루에는 별이 더 많을 것이다. 머나먼 이역 땅에서 보는 별은 섬광처럼 가슴을 태울 것이다. 고단한 삶, 외로움, 대상도 모르는 그리움. 그저 이름 없는 어둔 별 하나로 살기에도 삶은 너무도 팍팍한 이방인. 불콰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별은 참말로 서럽고 슬플 게다. 나도 오늘은 못 먹는 소주 한 잔 한다. 별은 저리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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