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독재자 카다피가 축출됐다. 축출이 아니라 비참한 최후다.
역사를 보면 독재자의 말로는 다 그렇다. 온전하게 물러난 사례가 없다. 왜냐하면 끝이 없는 욕심 때문이다.
오랜 세월 국민들을 억압하고 착취해 온 카다피가 제거되었다.
그 아들이나 딸이 다시 대통령 하겠다고 나설 수 있을까. 해괴망측한 발상이다. 지금 리비아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차차 엷어지겠지만 암흑 같은 한 세월의 비극은 그들의 뇌리에서 역사책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는 작금 그 해괴망측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오래 전부터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나라 백성들은 너무나 착하다. 너무나 관대하다. 지난 날 무시무시한 철권 아래 신음하던 그 백성들이 뒤를 이어 그 자식이 국가원수가 되겠다는데 별 감응이 없어 보인다. 친일분자들에게 그렇게 당했으면서도 그들의 권력 밑에 다소곳이 엎드려 굴종하고 있다.
독재자의 딸은 어떤 생각으로 대통령이 되려 하는 걸까. 아버지가 못다 이룬 춸권의 대업을 계속 이으려는 심사일까. 아버지의 과오를 대신하여 지난 날의 업보를 갚으려는 것일까. 아니다. 그런 일말의 자각이라도 있었다면 독재자를 추종하고 악행을 저지르던 그 무리들의 계보를 이어 여전히 과거의 망상에 빠져 있는 집단에 들어가 있지 않을 것이다. 역시 아버지의 과거 권력을 동경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런 해괴망측한 여건이 형성되는 이 나라는 참으로 불행한 나라다. 아직도 그 세력이 모든 것을 손아귀에 넣고 입맛대로 휘두르고 있어,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벌거벗고 굴욕의 삶을 살고 있는 불행한 사람들. 저들은 입만 열면 잃어 비란 10년이라 한다. 10년동안 그들은 무얼 잃고 살았을까.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것은 그러나 과대망상은 아니다. 여론의 추이를 보건대 그래도 가망성이 있으니까 자꾸만 넘성거리는 것이다. 그 가망성을 주는 이 나라 백성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들인가. 내가 불행하다는 것은 헐벗고 궁핍한 외형이 아니라 그 굴종을 굴종으로 알지 못하는 그 관대함이 어리석고 불쌍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