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미술시간에 색의 3원색은 빨강 노랑 파랑으로 배웠고
빛의 3원색은 빨강 파랑 초록으로 배웠다. 얼굴은 예쁘지만 도도해 보이는 미술 선생님은
곧바로 이걸 월말고사에 출제했다.
그리하여 평생 잊어먹지 않고 있는 죽은 지식 하나다.
여전히 어째서 빛의 3원색에 노랑이 빠지고 초록이 들어가 있는지 모른다.
색은 점점 더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숲정이에서 툭툭 산밤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고요한 숲.
문득 문을 열자 들어오는 풍경 하나.
아! 빛의 3원색이 내 오두막 마당에 가득차 있다.
아름다운 세상이고 아름다운 계절이다.
이제 곧 저 풍경도 덧없이 사라지고 저 자리에 매서운 추위와 눈보라가 휘몰아치겠다.
내 고뇌는 어느 나무 아래 고개 숙여 침묵하고 있는가.
그대 오는가 나의 사랑 어둔 빛이여.
산길 오르막에 메마른 실바람
흰구절초 꽃잎에 머물다 가는데.
서창에 드리운 산도
이제
빛과 어둠의 세계다.
한 방울 잿빛 눈물
산과 오래 앉은 그 사람
이미
자리에 없다
산을 바라보다 산이 사라지고
산을 바라보다 몸도 집도 사라지고
산도 자기도 없는
거기
그가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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