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것에 대한 관심이 덜하다.
늘 함께 하는 친구나 애인 가족들은 늘 그러려니 하기 마련이다. 방 안의 장롱은 늘 그 자리에 있으려니 하지 별다른 관심이 없다.
장소도 그렇다. 어디 유명한 관광지는 멀리라도 허위허위 찾아갔다 오건만 정작 가까운 곳은 그냥 뒤로 미뤄 놓기 일쑤다. 여행의 속성인 ‘거리’에 대한 관념이 내재하고 있을 것이다. 또 하나 가까우니까 그냥 아무 때라도 둘러볼 수 있다는 여유 때문이기도 하리라. 강원도에 살 때는 한 번도 안 갔던 설악산을 저 남쪽에 살 때는 그 먼 길을 두 번씩이나 왕래했다.
내 고장 가까운 곳에 항골이 있다. 입소문을 통해 그곳이 아주 좋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읍을 드나들면서 무수히 지나치는 계곡이다. 언제 저곳을 들어가 봐야지 하면서도 여태까지 가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가을에 독하게(?) 맘먹고 발을 들였다. 짧은 가을이 아까워 올가을엔 맘에 두었던 곳을 죄다 섭렵하리라 생각했던 터였다.
정녕 가을의 절정이다. 항골 초입부터 시작해서 백석산 기슭까지 내내 그림 속인 양 울긋불긋 수채화다. 과연 이 벽촌의 골짜구니가 유명한 이유를 알겠다. 눈 돌리는 데마다, 아무렇게나 카메라를 들이대도 화려한 그림이다.
진리는 의외로 가까운 데 있다. 파랑새는 저 너머에 있는 게 아니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