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찍 눈이 떠지더니 어금니가 아프다.
기온은 떨어져 바야흐로 겨울 초입으로 들어선 것 같다. 화려하던 단풍도 어느새 가고 도시 포장도로엔 마른 낙엽들.
대구에도 바람이 몹시 분다. 을씨년스럽다. 몸이 안 좋다. 어금니 때문이다. 인체는 신비한 거라서 어디 한군데가 아프면 몸 전체가 컨디션이 나쁘고 더불어 기분마저 우울하다.
거기에 낙엽은 웬 거고 이놈의 미친바람.
대구선은 부설과 이설 등 부침을 겪다가 완전히 폐선되었다.
동촌 역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한데도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오히려 붕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나마 번듯하게 원형이던 건물은 겨우 6개월 밖에 안 지났는데도 흉가가 돼 버렸다. 창문이란 창은 죄다 베니어판으로 막아 놓았고 근대문화유산이라는 훈장이 민망하게 처마 밑에 다래다래 거미줄들, 여기저기 꼬마들의 낙서들. 이미 녹슨 레일도 철거해 버렸다. 플랫폼에서 둘러본 역은 천 년이나 지난 신라 어느 절터보다도 휘휘하다.
역사 앞 공터는 주민들의 차들이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다.
어쨌거나 황막한 이곳에도 가을은 깊어 몹시도 서늘한 기분이다.
쇠락해가는 역사를 보면서 내 아픈 어금니 같다는 뜬금없는 생각이 인다.
아침보다도 어금니가 더 기승을 부린다. 몸살처럼 온몸이 열이 난다. 등골에 파고드는 찬바람에 으씰으씰 떨린다. 아마 오늘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어여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대구와 정선은 너무 멀어 언제나 다다를지 아득하다. 가끔 있는 일이다. 불청객처럼 찾아와 들쑤셔 놓고는 슬그머니 나가 버리는 치통. 그러니까 별 치료를 받지 않아도 내일이면 말끔하게 나을 걸 안다. 다만 오늘밤은 편안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