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나잇값

설리숲 2008. 10. 29. 23:08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어른이 된다.

 나이만 많은 어른이 아닌 연륜과 깊은 소견머리의 어른이어야 한다.

 늙으면 어린애가 된다고 하지만 소견머리가 애가 되면 안된다.

 

 

 가끔 시비가 붙어 다투는 걸 볼 때가 있다. 한 사람은 노인, 즉 어른이고 한 사람은 젊은이다. 젊은이는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따지며 대든다. 누가 봐도 어른이 잘못한 건데 이 어른은 그걸 인정을 안 한다. 상대가 논리적으로 압박하자 무조건 소리만 지르던 어른, 최후의 무기를 꺼낸다. “니놈은 애비에미도 없니? 어따대구 버르장머리없이...”

 

 

 어른 대접을 받으려면 나잇값을 해야 한다.

 힘도 세고 눈도 좋고 경제력도 있고 지식도 있고 당연 젊은 사람이 우월하다. 그냥 주먹다짐으로 싸워도 젊은 사람이 이긴다. 모든 면에서 노인들은 젊은 사람보다 열등하다. 그렇지만 우월하다고 해서 젊은 사람들이 노인들을 함부로 대하지는 않는다. 어른으로서의 대접을 한다. 그게 정상이고 또 그래야 한다. 힘이 우월하다고 우위에 서는 질서라면 대혼란이다. 나이가 든 어른을 윗사람으로서 존중하는 건 사회를 영위하는 가장 기본적인 질서다.

 그렇담 어른으로서의 존중을 받으려면 그 나이만큼의 사고 사려를 지녀야 한다. 쉽게 말해 어른 대접을 받으려면 나잇값을 해야 한다.

 낫살이나 먹어서 꼭 유아적인 언행을 일삼으면 그건 어른이 아니다. 그런 사람을 누가 어른이라고 존경하나. 젊은 사람이 가지지 못한 지혜나 연륜 관대함 따위가 있어야지 그것마저도 없는 사람이 모든 게 우월한 젊은 사람들한테 업신여김을 당해 마땅하다.

 

 

 너 멫살이나 처먹었어? 넌 애비에미도 없니.

 가장 치졸하고 비겁한 게 저따위 말투다.

 더러더러 어른대접을 해 주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면전에서 대놓고 업신여기진 않지만 이미 그 사람은 내게서 어른의 가치가 없어져 버렸다. 나이만 처먹어서 어째 저 따위냐...

 

 

 나야말로 정말 곱게 늙어야겠는데.

 내가 그랬던 것처럼 젊은 사람한테 욕먹는 늙은이는 되지 말아야지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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