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였을까 당신이 여자여서였을까.
몇 학년이었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 처음으로 소프라노 알토라는 용어를 배웠다.
- 높은 소리는 소프라노라 그러고 낮은 소리는 알토라 그런다 얘들아
그 수업시간에 이중창 노래를 배웠을 테지. 이후로는 내내 여자애들은 높은 파트를 남자애들은 낮은 파트를 전담했다. 국민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내내.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나는 성악은 소프라노와 알토로 구성되어 있는 걸로 알았고 소프라노는 당연 여자 몫이요 알토는 남자 몫인 걸로 알았다.
두고두고 생각해도 그 때 그 선생님은 크나큰 과오를 하셨다. 어찌 소프라노와 알토만 있다고 가르쳤나 말이지. 여자 음역엔 소프라노가 있고 메조소프라노가 있고 가장 낮은 알토가 있단다 애들아. 그리고 남자는 가장 높은 소리 테너가 있고 바리톤이 있고 가장 낮은 베이스가 있단다 알겠니.
그 하 많은 날들을 우리들은 남자라는 성을 빼앗기고 여자가 되어 알토를 노래했던 것이다. 테너와 바리톤이 있다는 진실을 모른 채.
중학교에 들어가서 첫 음악시간에 비로소 비밀리에 감춰져 있던 진실을 알았다. 내 담임이기도 했던 그 예쁜 음악선생님은 다 아는 거지만... 하시면서 소프라노와 알토를 말씀하셨고 테너와 바리톤을 말씀하셨다. 정신이 번쩍했다. 아니 이건...
그것보다도 진짜 충격은 다른 아이들은 정말로 다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 묘한 열패감과 배신감.
어쨌든 나는 비로소 빼앗겼던 성을 되찾았고 중학교 내내 우리는 소프라노와 알토가 없는 테너와 베이스로 노래를 불렀다.
근데 테너와 소프라노는 아주 많고 드물게 바리톤과 메조소프라노는 있는데 베이스와 알토는 왜 없는 걸까. 딱 한번 알토 가수를 접하긴 했는데 그게 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