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콘도르는 날아가고

설리숲 2009. 12. 20. 23:17

 

 내가 좋아하는 Pop song 중의 하나는 사이먼과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이다. 내가 어릴 적부터 들어 왔으니 매우 오래된 노래인 셈이다.

 "I'd rather be a sparrow than a snail. Yes I would ..... I'd rather be a hammer than a nail. Yes I would ...... ..... "

 달팽이가 되기보다는 참새가 되고, 못이 되기보다는 망치가 되겠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인가 하고 의아했었다. 가사의 뒷부분은 곡 전체에 흐르는 애절한 가락만큼이나 슬픈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한데, 나는 이 노래에 무척이나 참혹하고도 슬픈 역사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어릴 적 언젠가, "잉카 마을의 어느 추장이 죽었는데, 그가 Condor(남미의 독수 리)로 환생하여 마을을 지킨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어렴풋이 들은 기억은 있었다.

 먼저, 왕초보인 스페인어 실력으로 제목부터 해석해 보니, "El"은 남성정관사이니 별 뜻이 없겠고, "condor"는 중남미의 독수리라고 부를 수 있는 큰 새이고, "pasa"의 원형은 "pasar"로 영어의 "pass"와 같은 단어이니 대충 뜻은 알 것 같았다.

 "철새는 날아가고"인가 하는 제목으로 번안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독수리는 날아가고"로 해야 더 정확할 듯하다.


 그런데, 이 노래에 얽힌 슬픈 역사란 남미에서 16세기까지 번성하던 잉카제국이 스페인의 침략군에 의하여 정복당한 사건이다. 그것도 아주 잔혹하게... 콜룸부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스페인은 군대와 성직자들을 앞세우고, "미개한 원주민들을 개종"시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중남미 곳곳을 유린, 약탈하고 식민지를 만들어 갔다.

 1532년 잉카의 마지막 왕인 Atahualpa왕이 개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피싸로 (Pizarro)를 비롯한 스페인 침략자들에 의해 체포당했고, 피싸로는 잉카의 군대 에 꼼작 말고 서 있으라는 명령을 내리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왕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모든 잉카의 군인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동안, 스페인군은 수많은 잉카의 군인과 주민들을 닥치는대로 학살했다고 한다. 왕이 인질로 잡혀 있는 동안, 저항 한 번 제대로 못해 보고 처참하게 죽어갔던 것이다. Atahualpa왕도 결국은 스페인군에 의해 죽음을 당했는데, 그때 그의 영혼이 독수리가 되어서 태양을 향해 날아갔다고 한다.

 신라의 문무왕이 죽어서 바다에 묻힌 후, 용이 되어서 외적을 물리쳤다는 우리의 옛이야기처럼, 잉카의 왕도 독수리로 환생하여 잉카 원주민들의 수호신이 되었다는 신화가 생겼다고 한다.

 아득한 고대부터 정확한 태양력을 만들어서 사용할 정도로 발달된 천문학, 수 학 지식과 아울러, 지진에도 끄덕없이 견디는 돌로 만든 신전, 피라밋 등의 탁월 한 건축술을 지녔던 잉카문명이, 수적으로 그다지 많지도 않은 스페인 침략군에 맥없이 무너져 버릴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것은 역사의 수수께끼이며, 슬픈 아이러니라고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잉카 문명이 일부 분야에서만 고도로 발달 되었지, 전반적으로는 신석기문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특히 무기에 있어서는 총포로 무장한 스페인군의 상대가 되지 않았을 거라고 설명한다고 한다)


 나는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페루 지역의 잉카문명 유적지들을 꼭 한 번 둘러보고 싶다. (무리해서 스페인어를 공부하려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잉카의 문명이 지구 밖의 "외계인"에 의해 건설되었다는 설을 뒷받침할 정도인지, 아니면 문명의 기본으로서 필수적인 "문자"도 지니지 못한 신석기시대 수준에 머물렀는지....? 그리고, 팝송 "El condor pasa"를 지금껏 안 들어보신 분은 없겠지만, 다시 한 번쯤 음미하면서 들어 보실 것을 권하고 싶다. "차랑고"라는 기타 비슷한 현악기 의 음과 "quena"(께나)라고 불리는 잉카의 전통 피리 소리는 애절한 가락에 "독수리로 환생한" 슬픈 영혼이 담겨 있는 듯이 느껴지기도 한다. 최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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