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면,
꽃잎 흩날리는 이 계절이면 실바람처럼 감미롭게 들려오는 노래가 있어.
<April Comes, She Will>
폴 사이먼의 노래야.
폴 사이먼과 그의 동료 아트 가펑클은 가장 미국적인 대중가수야.
근데 희한하게도 그의 노래는 한국인의 정서에 또 가장 부합된다는 거야.
글쎄 나 개인적인 정서와 취향일까 몰라. 하지만 그의 일련의 히트곡들을 주욱 보면 참말 그렇단 말야.
“4월이 오면, 그녀가 온다”
가사 내용은 그러나 9월이면 사라지고 떠난다는, 죽음을 암시하는 이야기지만 제목과 첫 머리의 노랫말은 왠지 낯설지 않아.
소쩍꿍 새가 울면 떠나간 그리운 님 오신다는 노래가 있잖아.
어렸을 적 <낭랑 18세> 그 노래를 듣고 얼마나 가슴에 사무치던지.
시골에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은 아마 낭랑 18세 노랫말을 백번 불러도 그 감흥을 알지 못할 거야.
버들잎 지는 앞개울에서 소쩍새 울기만 기다립니다.
쑥스럽지만 몇 년 전에 나 연애에 빠져 그렇게 가슴 절절한 봄 한 철을 보낸 적이 있었어. 나이 40에 말이지. 밭두덕에 노랗게 꽃다지 융단을 깔고 새파란 하늘에 멧새들 날아올라. 하루 종일 두견이 울어제치며, 복사꽃은 피다피다 제물에 지쳐 뚝뚝 떨어져 붉은 그림자를 만드는 그런 봄철이었지.
옛 사람들의 시구에 春心 春心 그렇게 잘도 나오더만 아하 내가 경험한 그런 게 春心이라는 걸 난생 처음 느꼈어.
무뚝뚝한 40의 아저씨가 느끼는 춘심이 이럴진대 배꽃처럼 해사하고, 복사꽃처럼 붉은 열여덟 처녀의 봄날의 가슴은 어떻겠어? 저고리 고름 말아쥐고 휘휘 흔뎅이는 수양버들 가지를 바라보다 문득 저멀리 아스라이 들려오는 소쩍새 울음소리....
음악을 하고 시를 짓고 하는 사람들의 정서는 모두 통하는 것 같아.
한낱 해묵은 대중가요 갖고 유난히 자기감정에 빠진 것 같지만 사실은 나이가 들수록 유치하게만 보았던 그 노랫말들이 가장 가깝게 다가오는 걸 느낀단 말시.
아트 카펑클 작사의 이 노래는 짧지만 아주 철학적이다. 봄에 태어나 여름의 열정을 거쳐 가을의 쇠락. 그리고 겨울의 저장 혹은 침묵.
어느새 봄도 깊어 벚꽃잎도 분분하게 떨어져 날려 버리고 4월도 가고 있어. 곧 소쩍새도 울어 밤길 예놓겠지.
돌아올 그님은 안 계시지만 봄바람을 타고 그 누군가 휘여 하고 부를 것만 같은 절절한 마음도 행여 없진 않다구.
Simon & Garfunkel - April Comes, She W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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