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블루 진

설리숲 2008. 9. 11. 23:14

 

 한때 청바지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뭐 통기타와 생맥주와 청바지가 상징하는 시절이 있긴 했지만,

 그 영향이 있긴 했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게 청바지는 가장 보편화된 의상이었다.

 길거리 열이 지나가면 예닐곱은 청바지를 입었었다. 어느 여성잡지에 청바지차림으로 결혼식장에 오는 사람이 꼴불견이라는 앙케트가 실릴 정도였다.

 이게 참 매력있는 옷이다. 정장을 입어야 할 자리만 아니면 언제나 어디서나 굿이었다. 내 누이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주말이면 친구집이다, 등산이다, 카페를 돌아다니곤 했다. 등산을 갈 때면 꼭 청바지 차림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보기 좋고 가지 못하는 나까지도 설레게 만들었다. 어쩌다 오봉산 청평사엘 한번 갔을 때 젊은 남녀들이 현란한 색색의 옷에 너도나도 청바지를 입고 등산길을 오르내리는 걸 보고는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청바지는 아무케나 입어도 어울렸지만 티셔츠와 함께 입어 주면 그만이었다, 하얀 운동화에 챙모자까지 덧칠하면 금상첨화.

 

 나도 청바지 깨나 즐겨 입었었다. 사복을 입을 때는 거의가 청바지였다. 그후 나온 게 스노우진이었다. 회색 진에 눈송이 같은 무늬가 점점이 박힌 그 옷이 대유행을 했다. 지금 보면 아무리 그래도 원조 블루진이 그래도 가장 청바지답고 세련되지 않나 한다.

 지금까지도 유행을 타지 않고 있긴 하지만 눈에 띄게 청바지가 줄었다. 그동안 나 역시 소원했었는데 박스에 처박았던 오래된 청바지를 하나 발견했다. 아직도 파란 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걸 입어 봤더니 역시 굿이었다. 일부러 물이 날게 해서 얼룩지거나, 가랑이가 달창나거나, 또는 부러 구멍을 뚫어서 입어야 멋이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청바지니까 파랗게 입는 게 왠지 좋아 보인다.

 또 청반바지도 있고 청미니스커트도 있고 청자켓, 아랫도리에 꼭 끼는 바지도 있고, 탄력 좋은 스판 등 종류가 다양해도 원조는 역시 "청바지"요 그게 가장 무난하고 고전적이지만 구닥다리 같지 않아서 좋다.

 

 

                          

 

 

 젊은이의 특권이자 상징인 청바지라 나이가 제법 있는 아저씨가 간혹 청바지를 입고 가는 걸 보면 멋져 보인다. 생각이나 생활도 늘 젊게 사는 사람일 것 같다. 나는 나이에 상관없이 옷을 입을 생각이다. 그저 티셔츠에 청바지차림이면 마냥 기분좋을 것 같다. 여행길에도 청바지는 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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