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헤어질 때 선물은

설리숲 2011. 6. 23. 15:52

 

 남자의 과거에 대해 쿨한 척 하지만 실은 여자들은 매우 예민한 거 같다.

 아마 그런 거 같다. 내가 여자가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옛 여자가 사준 선물들을 가지고 있거나 쓰고 있는 걸 알면 몹시 불쾌해 한다.

 아직도 그 여자를 잊지 못하는 거라고.

 남자는 무신경하다.

 그냥 쓰는 거지 그 여인을 생각하는 건 아니다.

 필요한 건 쓰고 별 쓰지 않는 건 버린다.

 시간이 지나면 그 물건은 첨부터 내 것인 걸로 개념이 굳어지고

 더 지나면 아예 누가 선물한 건지를 망각한다.

 

 이런 남자의 속성을 알지 못 하고 신경을 곤두세우는 걸로 미루어 보아

 여자들은 옛 남자의 선물에 매우 강한 의미를 두고 있는 게 확실하다.

 이런 남녀의 차이가 있어

 영원히 남녀의 관계는 지속되고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닐까.

 똑같은 뇌구조와 유전자라면 얼마나 밋밋하고 싱거운 사랑일까.

 

 

 그런데 이별하면서 받는 선물은 또 다르다.

 저 여자가 헤어지면서 이걸 왜 주었을까.

 오래도록 자기를 생각하라는 암묵의 요구인가.

 지금은 이별하지만 난 네게 선물 할 만큼 미련이 있다는 걸 표시하는 걸까.

 아님 이걸로써 당신과는 정말로 완전 끊어지는 것이니 일종의 동정으로 알라는 것일까.

 어쨌든 이별하면서 주고받는 선물은 특별히 큰 무언가가 내재돼 있는 것 같다.

 아니, 준 사람은 이미 다 뇌에서 잊었어도 받은 사람은 그것 때문에 오래 그 사람의 그늘 아래 있을 수 밖에 없다.

 

 헤어질 때는 정말이지 선물 같은 건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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