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섹시하다 그러면 왜들 좋아할까

설리숲 2011. 6. 19. 02:50

 

 오우 섹시한걸!!

 섹시몸매, 섹시댄스, 섹시한 표정, 섹시걸,

 섹시 섹시 섹시 섹시...

 넘쳐나는 섹시한 말.

 

 여자들은 왜 섹시하다면 좋아할까.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일상화된 말 ‘섹시’

 맨처음 접했을 때의 민망한 느낌은 없어지고 말았다.

 그저 여자를 예쁘다고 추어줄 때, 혹은 진짜로 몸매가 좋다거나 할 때 인사치레로 아무런 의미나 개념 없이 쓰고 있는 말인데.


 생각해 보라.

 섹시... sexy...

 어원은 sex.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없는 단어다.

 그 ‘섹스’에 y가 붙어 형용사가 된 게 ‘섹시’란 단어다.

 ‘성적인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따위의 뜻을 가진...

 속되게 까놓고 말해서 ‘섹시하다’라는 건 ‘먹고 싶다’,'꼴린다'란 말인 것이다.

 금기어에 속하는 말을 지금 너무 개념 없이 쓰고 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성적인 수치심을 느껴야 되거늘 오히려 듣기를 더 원하는 걸 보면 웃어야 될지...


 중학교 때던가.

 내 누이의 친구들이 자주 집으로 놀러왔는데, 대화중에 간혹 섹시란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그때 얼마나 낯 뜨겁고 민망하던지.

 아니 이십 대 초반의 젊은 아가씨들이 저렇게 저질스럽고 천박한 말을 천연덕스럽게 하다니.

 아마 그 즈음부터였을 것이다. 섹시하다라는 말이 아무런 부끄럼없이 서서히 일상 속에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


 자지란 단어도 금기어다. 분명 우리말인데도 함부로 쓰지 못한다. 국어사전에도 버젓이 올라 있는 말이.

 그러다보니 티브이나 라디오에서 또는 신문 잡지에서 가끔 비뇨기계통이나 성관련상담 프로그램을 보면 웃긴다. 자지란 말을 못 쓰니 페니스라 한다. 자지는 안 되고 페니스는 괜찮나? 미국사람들이 들으면 어떨까.

 섹시란 단어도 아마 그런 것일 게다. 우리말로 성적충동을 일으킨다 하면 뭇매 맞을 테지만 섹시하다고 하면 그 의미가 좀 고상하게 변이가 되는 효과가 있을 게다.


 그래도 그렇지 이제 그 섹시라는 단어는 좀 삼갔으면 좋겠다. 아무리 상대방을 기분좋게 추어주는 말이라지만 그 뜻을 들여다보면 참 추저분한 말이니까.

 요즘엔 너무 흔하게 쓰는 말이라서 그럴까. 10대 소녀들에게도 그 말을 갖다 붙인다. 섹시한 소녀시대, 소희의 섹시몸매 따위를 함부로 써대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일상화된 말이라지만 그 대상은 좀 가릴 줄 알아야지.

 세월 따라 세태 따라 변하고 그 의미도 변하는 게 언어라지만 이건 아니지 않나.

 

 불쾌함을 느끼면 성희롱이라는 애매모호한 기준이 있는데

 저런 말을 들으면 불쾌하지 않고 기분 좋아지니 성희롱은 아니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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