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밤이 끝나고 새벽 여명이 밝아올 때 바라보는 들판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그 위에 머뭇거리는 어둠, 산 위로 희번히 번지는 동,
난 이 풍경이 참 좋다.
기차에서 그 풍경을 본다. 한밤중에 깨어 또다시 정선 골짜기를 나온다. 문을 열고 길을 나선다는 건 늘 설레고 즐거운 일이다.
오늘 무주에서 후배 권투시합이 있다. 남들은 이미 은퇴할 서른 한 살의 나이에 이제 신인왕에 도전한다고 정선의 허공에다 주먹을 휘둘러대더니....
이제 그가 준결승에 올라 응원하러 무주로 향하는데,
대전에서 만나자던 횃대님은 딸래미가 열이 펄펄 끓어 병원에 가야 한다며 엄청 미안해한다. 생활이란 게 늘 그렇지 머. 약속대로 예정대로 되어지면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재미없을까. 덕분에 나는 남는 시간을 중앙시장을 배회하는데 쓴다. 도시 골목골목 틈새를 들여다보는 것 또한 여행의 매력인 걸.
이렇게 배회하며 또다른 사람을 기다린다. 오늘은 그녀의 차로 동행하기로 한다.
이왕 무주에 간 김에 내일은 구천동이나 올라 보리.
오늘 안 선수가 반드시 이겨서 결승전 때 또한번 무주에 갔으면 좋겠다.
길 위에 나서면 외롭다
그래서 그러므로 그렇기 때문에
난 오늘도 또 내일도 길위로 나선다.
2005.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