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소리하지 마라! 이 사회는 너희처럼 큰소리치는 놈들이 망쳐놓은 거다. 너희 같은 놈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고 돈 없는 게 죄다. 나는 돈 없고 빽없는 놈이라 이렇게 된 거다. 도둑놈 범죄자는 바로 너희 같은 놈들인데...
1988년 가을 어느 일요일 서울의 한복판에서 처참하고 슬픈 비극이 일어났다.
이송중이던 죄수들이 탈주하여 그 중 네 명이 한 민가에서 인질극을 벌였다.
이른바 지강헌 사건이라 불리는 이 비극은 당시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이들의 불만은 법적용이 평등하지 못한, 가진 자만을 위한 사회를 향한 분노였다. 주동자격인 지강헌은 500만원 절도죄로 7년 형량에 보호감호 10년을 구형받았다. 그 죄의 경중은 차치하고 같은 시기 70억원을 횡령한 전경환 역시 7년을 구형받았다. 전 씨는 권력과 부의 위력을 빌어 검사와 판사까지도 구워삶는 전형적인 부조리를 보였다.
어찌 과거의 일이라 치부할 수 있을까. 이 더럽고 추악한 사회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는 것을.
시인이 되고자 했던 지강헌은 그 달콤한 휴일에 그 꿈을 접었다.
홀리데이 테이프를 건네줘.
총성이 난무하고 피가 튀는 그 처참한 현장에서 흘러나오던 노래.
홀리데이.
담 밖에서 자수를 권유하며 절박하게 눈물짓던 노모의 마른 입술에도 세상은 아무 것도 줄 수 없었고 공포에 떨던 인질들의 단발마 비명에도 세상은 그랬다. 단지 흥미 있는 드라마 한 편을 보듯 TV화면만 응시할 수 밖에 없었다.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배경으로 이 비극은 처참하게 끝났다.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새로운 화두로 이 썩어빠진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사라져 간 비운의 그들. 그러나 세상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 추악한 사회에 덤으로 얹힌, 들러리로 존재하는 미물이다.
“나는 지금 무척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있고, 내 할 말 다하고 목숨을 끊을 수도 있다.
세상에 마지막으로 시를 한 편 남기겠다. 내 유언을 한마디로 줄이면 나는 행복한 거지가 되고 싶었던 염세주의자다.“
홀리데이(Holiday)는 비지스의 여타 다른 곡에 비하여 무겁고 장중하다. 오케스트라 반주의 영향일 것이다. 그 보다도 그 휴일에 있었던 사건에 불의에 휘말리면서 더욱 염세주적인 느낌을 준다.
아, 이 노래는 너무 처절해. 스콜피언스의 홀리데이를 들어야겠다. 아니면 마돈나의 노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