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마음은 집시

설리숲 2007. 2. 21. 22:17

 

 2박 3일의 수학여행.

 첫날의 들뜬 분위기와 혈기들도 둘째 날이 되자 그것도 다들 시들해졌는지,

 피곤에 지쳐 꾸벅꾸벅 조는 놈에, 담임 눈을 피해 맨 뒷자리에서 맥주를 홀짝이는 놈에, 지성인답게 책을 들여다보는 놈에, 그것도 아니면 무심히 창밖에 시선을 주고 있는 놈에...

 아침부터 날이 궂더니 온종일 비가 내렸다.

 아마 날씨 탓이었을 게다. 혈기방장한 놈들을 그렇게 서리맞은 병아리마냥 잡아놓은 것은...

 빗속을 달리는 관광버스 안에서 애들은 할 일이 없었다. 창밖엔 비가 내리고 따라서 다들 센티멘털해졌을 게다.


 그때의 운전기사 아저씨는 고상한 감각과 낭만을 겸비한 사람이었나 보다.

 언제인지 모르게 노래를 틀어놓고 있었는데 그때 흐르던 노래들이 가슴을 옥죄었다. 아마 샹송과 칸초네 모음곡이었나 보다.

 차창에 흩뿌리는 빗물이었다. 한창 감수성이 풍부한 그 또래의 아이들이었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흘러나오던 그 노래들...

 나다(Nada)의 마음은 집시...

 얼마나 가슴을 적셨던가 그날 그 노래...

 우루루 몰려다니는 수학여행이 아닌, 홀로 낯선 곳으로 방랑하는 고독한 집시가 된 듯한 환상에 빠졌었다.

 비.

 고즈넉한 분위기.

 그것 때문이었을 거다.


 수학여행이 끝날 때까지, 그 이후로도 오래도록 그 노래는 사뭇 내 가슴에 스며들어 있었다.

 일생의 단 한번뿐이었던 그 수학여행이 그래서 내게는 아주 중요하고 아름다운 여행으로 추억되는 것이다.

 

 

 

 

  이 노래는 1971년 산레모 가요제에서나다와 니콜라 디바리가 듀엣으로불러 대상을 수상했고 크게 히트하였다.

  또 두 사람이 솔로로 부른 곡 역시 모두 다 성공하였다. 때로는 니콜라 디바리 곡이 때로는 나다의 곡이 당길 때가 있다.


나다 : 마음은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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