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이 우거진 숲 속에 들어가 신선한 공기와 나무 내음을 호흡하면 피로에 지친 심신이 활력을 찾는다.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한 환자들이 숲에 들어가 요양한 뒤 감쪽같이 병이 낫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결핵환자가 마지막으로 의지하는 곳은 숲속의 요양소였다.
최근에 삼림욕(山林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 삼림욕이라는 용어도 목욕이나 일광욕이라는 단어처럼 일상생활에 친숙해졌다.
우리나라에서 삼림욕이라는 용어가 쓰인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였다. 그 후 전국의 주요 숲에 많은 삼림욕장이 조성되었고, 삼림욕을 하는 일반인들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삼림욕이 급속히 붐을 일으킨 요인은 공해와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들이 자연 속에서 자기를 보호하고 몸을 살리고자 하는 욕구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도심을 탈출하여 자연 경관을 감상하며 기분을 전환하고 시각적 즐거움을 누리겠다는 것을 넘어서, 건강증진과 치유적인 효과를 거두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산을 찾는 웰빙족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삼림욕을 다른 말로 녹색샤워(Green Shower)라고도 한다. 삼림욕은 숲과 나무가 주는 녹색효과(Green Effect)-뇌의 알파파 증가, 녹색의 심리적 안정 효과 등을 몸으로 체험하는 자연건강법이다. 삼림욕을 통해 우리는 숲의 정기를 온몸으로 마시고 접한다. 삼림욕의 효과는 활엽수보다는 소나무, 잣나무, 편백나무 같은 침엽수 숲에서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언론매체에서 삼림욕의 효능에 관해 소개할 때, 거의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피톤치드라는 물질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삼림욕은 곧 피톤치드를 마시는 일로 인식되다시피 했다.
숲이 인간의 건강에 주는 이로운 요소로 깨끗한 공기와 음이온 그리고 피톤치드를 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것은 피톤치드이다.
깨끗한 공기가 있는 환경은 산소를 다량 함유 시키거나 불순물을 거르는 필터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고, 음이온 역시 인위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다. 그러나 산소와 음이온은 적정량을 넘어서면 도리어 인간의 건강에 해로운 부작용도 있다. 피톤치드는 나무와 숲의 정수다. 그래서 산림욕의 핵심적인 기능을 피톤치드를 흡수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피톤치드(Phytoncide)는 그리스어로 ‘식물’을 의미하는 Phyton=Plant(식물)과 ‘살균력’을 의미하는 Cide=Killer(살인자)를 합성한 말로서 “식물이 분비하는 살균 물질” 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1930년 레닌그라드대학의 B. P. 토킹(Tokin) 교수가 마늘이나 양파 소나무 등에서 나오는 냄새나는 물질이 아메바 등 원생동물과 장티푸스, 이질, 결핵균등을 죽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을 피톤치드라고 명명한 이후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움직이는 생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도구가 있다. 동물들은 날카로운 발톱이나 빠른 발을 갖고 있고, 새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가 있으며, 곤충들은 딱딱한 껍데기나 보호색 등으로 주변의 위협에 대처하며 생존의 지혜를 발휘한다.
반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수목(식물)은 이동할 수 없어 주위의 적으로부터 공격이나 자극을 받아도 피할 수 없다. 때문에 식물은 자기를 방어하는 물질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 일례로 나무의 가지가 강풍 등으로 부러졌을 때 더 많은 피톤치드를 발산한다. 이러한 사실은 나무의 속살이 해충이나 미생물의 침입에 취약해짐에 따라 방어체계를 긴박하게 가동하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수목들이 주위의 해충이나 미생물로부터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공기 중에 또는 땅 속에 발산하는 방향성의 항생 물질을 총칭하여 피톤치드라 한다. 그 주성분은 휘발성이 있는 테르펜(terpene) 계통의 유기화합물 이다. 우리가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숲의 정기’란 바로 피톤치드를 가르키는 것이라 보아도 무방하며, 산림욕이란 피톤치드가 휘산되어 있는 상태의 대기에 인간이 접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피톤치드가 주목을 끄는 것은 자신을 위협하는 각종 해충, 병균, 곰팡이, 박테리아 등을 나무 자신이 자기방어하기 위하여 품어내는 독약 역할을 하지만 인간에게는 도리어 이롭게 작용한다.
피톤치드는 화학합성 물질이 아닌 천연물질이고, 인간의 신체에 무리없이 흡수되며, 인간에게 해로운 균들을 선택적으로 살균한다. 피톤치드는 항균작용, 소취작용, 진정작용, 스트레스 해소 작용 등 수많은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피톤치드의 효능에 대해 밝혀진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다.
괴질로 불리던 에볼라 바이러스나 최근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사스의 출현이 산림 훼손의 결과라고 보는 학자들의 시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