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앗!
제목이 <뱀>인,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詩)다.
문을 열고 신발을 신으려다가 기겁했다.
시커먼 뱀 한 마리가 방문 앞에 저리 널려 있다.
웬만하면 놈이 놀래서 달아나건만 이 녀석은 믿는 구석이 있는지 거늑하게 늘쩡거린다.
이름은 모르겠다. 원래 뱀들은 무늬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게 보통인데
이 놈은 무늬도 없고 꺼먼 게 못생겼다. 처음 보는 놈이다.
뱀을 미워하는 건 아니나 흉칙스런 외모가 아무래도 정은 안간다.
어찌어찌 쫓아내긴 했지만 녀석은 갈 때도 한껏 거들먹거리며 느리느릿 풀숲으로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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