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는 숲에 없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딱딱한 길이나 인가 주변에서 산다.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나그네가 질경이를 보고는 마을이 가까이 있음을 알고 안도했다고 한다.
약명이 차전자(車前子)로 수레가 다니는 길에 있는 풀이며 내 기억으로도 푸석푸석 부드러운 땅이 아닌 사람이 밟아 단단해진 땅에 유난히 많이 돋았다.
만병통치약이라 할 만큼 쓰임새가 많다고 한다. 기절한 개구리에 질경이 잎을 덮었더니 개구리가 살아나더라는 일화도 있다. 별 싱거운 실험도 다 했구나.
내 어렸을 때는 아주 요긴한 나물이었다. 집터서리에 지천이었으니 어디 멀리 가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땅이 단단하니 캐기가 쉽지는 않다. 어렸을 때 이후로는 이 나물을 먹어보지 못했다.
수레가 아니라 차가 다니는 요즘의 시멘트 길은 강한 질경이도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나 여전히 시골 마을에서는 위세가 죽지 않았는데 요즘은 이걸 캐서 반찬 하는 걸 보지 못한다. 먼 과거의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아 있는 풀.
사람이 밟아야 그 생명력을 발하는 질긴 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