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외로운 섬, 관매도

설리숲 2008. 7. 28. 11:34

 

 진도 팽목항에서 페리호를 타고 한 시간 반을 가면 관매도다.

 섬 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위압감은 물이다. 사방천지가 물, 물, 물이다. 세상에! 웬 물이 그리도 많은지. 이렇게 물의 세상을 떠 가다 보면 간단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섬들. 과연 절해고도로 유배지로서 이만한 곳이 없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무인도도 있고 유인도도 있다. 미스터리 하나는 넓은 뭍을 놔두고 물 가운데 그 좁은 섬에 들어와서 젤 첨 살기 시작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였다. 살기에도 척박하고 어디 드나들기도 어려운 그곳까지 들어와 터전을 잡았을까.

 

 

 

 섬은 늘 외롭다.

 맘껏 외로워 보려고 들어간 곳이 관매도다. 조도군의 한 섬으로 팽목에서 배를 타는 승객의 대부분은 조도로 가는 사람들이다. 관매도는 거리가 멀어 여름 피서철이 아니면 그리 많이 찾지 않는 머나먼 섬이다.

 그곳서 3박 4일을 지내는 동안 짜장 외로움을 맛보았다. 철지난 바닷가는 사람 그림자가 없었다. 그곳 해송 숲에 텐트를 치고 참말 외롭게 날을 보냈다.

 아이러니.

 외로우려고 갔건만 진짜 외로워서 견디기가 만만치 않았다. 겨우 3박 4일인데 첫 밤을 보내고 나서는 벌써 누군가가 그리웠다.

 하루 한번 들어오는 배 시간에 맞춰 선착장엘 나갔다. 기껏해야 마을 주민 두엇 하고 공사장 인부 한 명이 내렸다. 이상한 일이다. 자꾸만 선착장이 궁금해졌다. 배 시간도 아니고 그저 망망한 수평선만 보일 뿐인데 그곳에 나가면 뭔가 또는 누군가 있는 것 같은 막연한 기대나 설렘이다.

 겨우 며칠 묵으면서도 진한 그리움과 고독이 그럴진대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섬마을 처녀들의 그 심정이야 오죽할까 하는, 그제야 나 아닌 다른 어떤 이들의 마음자리를 헤아려보기도 하는 것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것들을 무심코 넘겨 버리지 말고 미약하게나마 그 사람의 처한 상황과 입장을 한번은 돌아봐야 함을. ‘흑산도 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따위의 유행가에도 절절한 애환과 고독이 있음을 절실하게 느꼈다. 새로운 체험이었다.

 

 휴대폰만 아니라면 세상과의 완전한 단절이었으니 사람의 마음은 그래서 자꾸만 선착장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은결은 아름답게 빛나고 저 멀리 배래 하늘은 보랏빛으로 물들어 꿈과 같은 세상이었지만 그럴수록 나는 더욱더 깊은 고독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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