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사를 가보지 않고는
가을을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
여름내 봄
겨우내 그 色을 어데 숨겨 두었다가
원한처럼 뭉텅뭉텅 뿜어대는가
선연하다 못해 처연하고
귀기 서린 듯 섬뜩도 하여라
내장사의 빛을 보지 않고는 선뜻
가을을 지나 왔다고
말하지 말라
해남에서 가을일을 마치고 떠나오던 날, 한솥밥을 먹고 정이 들었는가. 기껏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김 선배가 바람바람만 따라온다. 곧 중국으로 나갈 예정이라는 룸메이트다. 오랜만에 사람 냄새를 맡게 해준 정 많고 속 깊은 선배. 그냥 헤어지기 못내 아쉬워 오늘만 당신을 따라갈 테니 어딜 가든지 나 좀 델꼬가 주.
그래서 동행한 곳이 내장사였다. 과연 헛된 명성이 아님을 보았다. 늦가을이었다. 마지막 만추를 누리려는 인파가 길을 가득 메우고 그 위로 보이는 찬란한 가을의 색. 가슴에 들어와 휘젓는 선연한 충격.
이 강렬한 광경을 언제 또 보러 올 수 있을까.
고순옥 작사 이호섭 작곡 김용임 노래 : 내장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