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대재앙

설리숲 2010. 9. 10. 12:46

 

 강은 스스로 생겨났다. 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곡선으로 흐르는 게 그 속성이다. 굽이굽이 사행하면서 그 속도와 수량을 유지하며 강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만약 직선이라면 삽시간에 물이 흘러 빠져 버리고 말아 강이 형성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금 흐르고 있는 강이나 하천들은 그 속성대로 흘러 왔기 때문에  생명이 충만해 있는 것이다. 하천의 지형은 그러므로 늘 변하기 마련이다. 오랜 세월을 흐르면서 굽은 천을 돌때 바깥쪽은 조금씩 깎이고 안쪽은 조금씩 퇴적층이 생기고 하면서 아주 서서히 바뀌어 간다. 그것이 자연이다. 아주 오랜 세월 후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곳에 다른 모습으로 변하여 흐르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자연이다. 스스로 존재하는 것 그것이 자연이다. 그것을 제어하자고 사람이 손을 대는 것은 자연파괴다. 전국 어디를 가도 도시의 강이나 하천을 죄다 시멘트로 발라 놓았다.

 강안(江岸)에는 나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수풀이 있어야 한다. 수목이 있다는 건 그 아래 땅속으로 수많은 생물 미생물들이 득시글거린다는 의미다. 자연히 아주 미세한 구멍과 통로들이 형성되어 있다. 스펀지와 같다. 돌덩이에 물을 부어 보라. 스펀지에 물을 부어 보라. 스펀지는 물을 흡수하다가 포화상태가 돼야 배출한다. 강안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미세 통로들이 스펀지 역할은 한다. 그러므로 비가 엔간히 많이 오지 않는 한 홍수피해의 염려가 없다.

 

 지금 우리의 강은 어떤가. 시멘트로 발라 곡강이 아닌 직강으로 만들어 놓았다. 물이 빠르게 빠져버려 금방 가뭄이 되고 비가 오면 삽시간에 물이 불어 범람하기 일쑤다. 비가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인 모양새다. 이 분야의 지식인이나 전문가들은 이런 거 번연히 알 텐데도 어찌 모른 척 안면몰수하는지 원. 물론 시민들의 휴식과 여가문화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좀더 멀리 내다보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책보다도 애초부터 사람이 손을 댄다는 것부터가 잘못이지만.

 

 지금 이 땅에서는 강을 파헤치느라 난리법석이다. 이 재앙을 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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