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설리숲 2010. 10. 8. 20:39

 고은 시인이 노벨상을 못 받았다고 다들 서운해 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선 어려울 것 같다. 그 아름다운 시어와 감성을 그들이 알 리가 있나. 선생의 글을 읽고 접하는 우리는 참 행복하고 축복받은 사람이다.

 내일은 한글날,

 부디 저들은 도저히 알아먹지 못하는 우리말로 위대한 글들이 계속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 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예전에 하루가 멀다하고 편지를 주고받던 영동의 여자친구에게서 편지가 왔다. 이 머나먼 해남 땅끝까지 향긋한 포도상자와 함께. 정말 오랜만이다. 가을이면 누구라도 내 그대가 되어 편지를 받아주었으면 하는 고은 시인의 아름다운 감성이 새삼 다가온다.

 여건상 이 여친에게 가을편지 답장을 보내진 못하지만 이 가을에 나 또 연애 한번 해보고 싶다.

 

 

 

 

                    

 

 

'서늘한 숲 > 햇빛 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산사, 젊은날의 초상  (0) 2010.12.06
영광 법성포 숲쟁이공원  (0) 2010.12.04
그들의 가소로운 이중성  (0) 2010.09.11
대재앙  (0) 2010.09.10
삼겹살은 슬레이트에 구워먹는 게 최고다  (0) 2010.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