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유신시대로 가는 타임머신.. KBS

설리숲 2010. 6. 5. 23:55

 

 세상은 다시 과거 유신시대의 치욕 속으로 되돌아갔다. 소위 ‘신공안시대’다.

 이 정권은 백성들의 눈귀를 막고자 끊임없이 방송과 신문을 움켜쥐고 흔들어대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마는 방송이 정권의 나팔수, 아니 주구로 전락하는 건 참 혐오스럽다. 방송 뿐 아니라 신문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우리가 좃중동이라고 늘 욕을 해대는 그 신문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그들의 신념은 변함이 없다. 지조는 있다는 말이다. 늘 보수와 수구를 찬양하고 대변하는 데 앞장서고 있으니까.

 이놈의 KBS는 간에 붙었다 쓸개 붙었다 하는 꼴이 영 밥맛이다.

뭐 열거하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겠고, 또 이미 다들 그 사례와 병폐를 알고 있으니. 아마 즈들은 더 잘 알고 있을 테니.

 

 MB와 그 일당은 정권을 잡자마자 종부세를 없해 버렸다. 부자들과 보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라는 걸 진작에 알아 모셨지만 지체 없이 그 길로 내달리는 데는 경이로움과 감탄, 더불어 공포와, 종당엔 실소까지도 금할 수 없다.

하수인 KBS도 그 위대한 공사에 일조하기 위한 드라마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돈이 최고여. 돈 없는 가난뱅이는 이 땅에 살기 부끄러워야 해. 그 시작이 ‘꽃보다 남자’가 아닐까. 현실성 없는 설정으로 대중의 혼을 쏙 빼놓더니 ‘열혈 장사꾼’ ‘천하무적 이평강’ ‘부자의 탄생’ 등 줄줄이 돈과 부자들을 향한 로망에 불을 지폈다. 사극도 ‘명가’에 이어 ‘거상 김만덕’으로 예나 지금이나 오로지 돈이 최고 아니겠냐고 떠들어댄다. 그뿐인가.

 고질적인 망국병 학벌지상주의도 여지없이 드러내 ‘공부의 신’으로 오직 서울대만이 사람 구실하는 학교라고 열변을 토했다. 그뿐인가.

 이제는 ‘전우’다. 과거 이념대결 때 우려먹던 그 망할놈의 반공이 이 21세기에 또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다. 못된 괴뢰군들을 총으로 갈기고 칼로 지르며 용감하게 무찌르는 국군장병 아저씨들의 무용담을 그린 70년대의 드라마 ‘전우’.

 

 이제 그 반공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천암함의 진실은 교묘하게 감추고 옳지 이때다 싶어 아둔한 백성들의 눈귀를 휴전선 저쪽 너머로 돌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뭐 괜찮다.

 언제 우리가 예견 못했던 거 아니잖아. 다만 예견했던 게 현실로 이루어지는 게 참으로 허탈하고 무섭고 짜증나고 가소로울 뿐이다.

 망할놈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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